육지로 불똥 튀길까 "조마조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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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동=방인철 특파원】해저 분화가 일어났던 일본 시즈오카 (정강) 현 이토(이동) 시 앞 바다는 15일 오전 현재 새로운 분화는 관측되지 않고 있으나 14일 오후 3시30분쯤 분화 현장 부근을 진원으로 하는 진도 2∼4의 약진이 발생하는 등 분화재발 가능성이 높아 주민들이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본 해상 보안청은 14일 측량선 타쿠요(척양)호의 조사 결과를 발표, 13일의 해저 분화 발생 직전 현장에서 높이 25m의 해저 화산으로 보이는 해구가 새로 생긴 것이 관측되었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이날 화산 분화 예지 연락회를 열어 『분화 활동은 앞으로 같은 장소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크지만 분화지점이 육지 쪽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어 엄중한 경계가 필요하다』는데 견해를 같이 했다.

<학교 역에 대피소>
○…해저지진을 목격, 공포 속에 있는 이토시는 14일에 이어 15일에도 전학교가 휴교했으며 주민들은 관측 결과 발표에 귀를 기울이며 피로와 긴장에 싸여있다.
시내 상가는 문을 닫은 점포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 대낮에도 철시상태고 학교·역 등 임시대피소에 주민들이 몰려들고있다. 14일밤 현재 시립서소 국민학교 등 4개소에서만 모두 86명이 피난했다.
○…화산폭발이 있있던 해변 부근에는 해저의 이변을 전해주듯 죽은 물고기들이 파도에 떠밀려 올랐으며 마그마 (용암)가 식은 것으로 보이는 수 많은 경석들이 해변가에 새로운 퇴적층을 이뤄 주민들의 공포감을 더해주고 있다.
군발성 지진이 이 지역을 엄습하기 시작한 지난달 30일이래 보름째 계속 잠을 제대로 못 이루고 있는 이곳 주민들의 얼굴에서 피로한 표정이 역력했다.

<관광 토산품점 울상>
○…지진 소동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업자는 관광객 상대의 토산물점. 14일 일본 국철 (JR)이동역 전의 과자점·명산품 가게에는 전혀 손님이 들르지 않아 개점 휴업 상태.
해안선 국도변을 따라 늘어서 있는 반찬 가게들도 거의가 문을 닫고있는 실정으로 문을 연 가게도 하루 매상이 평소의 5분의 1인 4만엔으로 줄었다고 울상이었다.
빠찐꼬 점도 금일 휴업의 팻말을 내걸었고 연중무휴였던 간이 음식점, 프라이드 치킨 점도 아르바이트 종업원이 모여 들지 않아 영업을 하지 못했다.
식료품 가게에서는 불 사용을 기피하는 탓인지 고기·야채 등 판매가 줄었고 대신 통조림·컵라면 등 비상 식품이 잘 팔려 하루 1만엔이었던 통조림 매상액이 5만엔으로 늘어났다.
여느때 같으면 여름철 관광객으로 북적댔을 이토시는 손님들이 전혀 몰려들지 않는데다 예약 취소 사태가 잇따라 호텔들은 거의 텅텅 빈 상태. 시 관광과가 14일 오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시내 A급 호텔 8곳이 모두 휴업했다.
시내에 있는 여관·호텔 등 9백16곳의 수용인원은 모두 3만3천명인데 비해 이날 숙박 예약수는 1천2백38명. 이중 화산 폭발을 취재하러 모인 보도 관계자가 약3분의1을 차지했다.

<지붕 수리업자 재미>
○…지진 현상으로 덕을 보고 있는 대표적인 업자는 지붕 고치는 기와 장수들. 진도 5·5를 기록한 9일 일어난 강진으로 지붕이 무너진 집이 모두 8백17채. 업자들에게 지붕수선을 해달라는 주문이 1백30건이나 밀려들어 하루 한건 해결해주기도 힘들다는 얘기다.
○…이토시 어민들의 피해도 크다. 대부분의 깃배들이 화산 폭발에 이어 나타날지도 모를 해일현상에 대비, 다른 인접 항구로 피난한 상태이고 전복·소라 등 이 지역 명산품도 전혀 잠수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물건이 안 나와 거래가 안 되는 실정이다.
이곳 어민들은 5월에 작업을 시작했지만 5,6월은 계속 이상 적조 현상으로 고기가 없었고 6월말부터 계속되는 지진으로 출어를 못하고 있다고.
이토 시 어협도 16일까지 휴어를 결정했지만 언제 다시 작업을 할 수 있을지 예상하지 못하고 있다.

<주민 대피 요령 익수>
○…이토시 보육원·유치원·초중고교 등 전 학교가 14일에 이어 15일도 임시 휴교 조치 했지만 지진 소동 이후 결석자는 10일부터 13일까지 연1백59명이나 돼 지진 공포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곳 주민들은 지진 대비책에 익숙한 듯 침착하게 방재 대책에 응하고 있다. 매시간 발표되는 지진 경보 지시에 따라 불과 가스를 끄고 인근 대피소에 피난하는 모습은 기계적이다. 때문에 긴장감은 있어도 우왕 좌왕하는 혼란스러운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는 해저 분화가 있자마자 자위대를 각 곳에 배치하는 등 만일의 인명구조사태에 대비하고 있으며 정부 내에 「화산 분화 방재에 관한 연락회」(의장 국토청 방재국장)가 긴급 소집돼 「피난 조치의 강구」를 서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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