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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미끼를 물었다”…믿었던 트위터에 당한 트럼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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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윗광 트럼프 대통령(왼쪽)이 한 트위터 이용자에게 속아 자신을 반대하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을 속인 트위터 이용자의 트윗. [트위터 캡처]

트윗광 트럼프 대통령(왼쪽)이 한 트위터 이용자에게 속아 자신을 반대하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을 속인 트위터 이용자의 트윗. [트위터 캡처]

'트윗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에 뒤통수를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자신을 지지하는 트위터 글을 자신의 계정에 공유했다가 망신을 당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유력 대선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지지 선언한 '소방관 노조'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관련 글을 리트윗해 자신의 계정에 올렸다. 주로 "소방관인 아버지와 우리 가족은 모두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등 소방관이나 소방관 가족이 올린 트위터 글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30분 동안 리트윗한 약 60개의 관련 글 가운데는 '이아나 델 펜티'라는 계정이 올린 글도 있었다. 이 계정의 주인은 '내 남편은 15년 경력의 뉴욕 소방관이다. 2020년 대선에선 반드시 트럼프를 뽑겠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계정의 글을 자신의 트윗에 공유하며 자신의 인기를 과시했다.

그러나 이 계정의 글은 트럼프 대통령을 속이기 위한 함정이었다. 이 계정의 주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글을 공유하자 계정 이름과 프로필 사진을 수정했다.

계정 주인은 '이아나 델 펜티'였던 이름을 '망할 도널드 트럼프'라는 이름으로 바꿨고, 프로필 사진은 대선 주자인 버니 샌더스(무소속·버몬트) 상원의원 캠프 로고로 교체했다.

이 계정의 주인은 자신의 트윗에 "우리 대통령은 끔찍하고 혐오스러운 혐오스러운 인간이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마침내 미끼를 물었다. 나는 대통령이 단순히 자신을 칭찬한다는 이유만으로 리트윗할 정도로 멍청하다고 확신한다"고 적었다.

이어 "이 계정이 해킹을 당했다거나 자동게시프로그램 '봇'을 이용한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하나의 아이디로 계정 이름과 프로필 사진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고의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속인 것이다.

특히 계정 이름과 프로필 사진이 수정되면, 해당 계정에서 작성된 글을 공유해 간 계정에도 반영된다는 점을 이용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는 '이아나 델 펜티'의 글을 공유해갔지만, 트럼프 대통령 계정에는 '망할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이름의 글을 올라온 셈이 됐다. 네티즌 사이에서 "바보같은 트럼프가 '망할 도널드 트럼프' 계정을 공유했다"는 이야기가 확산했고,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글을 자신의 계정에서 삭제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고수해온 트위터 정치가 반드시 자신의 이미지를 높이는 긍정적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 사례라고 분석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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