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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비타민] '유전자 전쟁'서 진 토종민들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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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토종민들레(上)와 서양민들레

4, 5월에 햇살 아래 날리던 민들레 씨앗. 요즈음은 여름과 가을에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꽃이 피는 외래종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도심.농촌.바닷가.산.계곡 할 것 없이 우리 땅 민들레의 90%는 외래종인 서양민들레입니다.

서양민들레는 100년 전께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00년간 토종민들레를 밀어낸 것이지요.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그동안은 단순히 서양민들레의 번식력이 강하기 때문이라고만 알려져 있었습니다.

전북대 선병윤, 고려대 김기중 교수 등은 좀 다른 해석을 내놨습니다. 민들레의 유전자를 검사해 봤더니 서양민들레와 토종민들레가 교배해 잡종이 생기는데 이때 서양민들레의 유전적 특성이 강하게 나타난다는 겁니다. 잡종과 잡종이 교배를 하면 할수록 토종민들레 유전자의 흔적은 더욱 희미해진다고 합니다.

선 교수와 김 교수는 더욱 비관적인 예상도 했습니다. 1999년 강화도 지역의 민들레 50개를 분석한 결과 서양민들레의 유전자가 47%를 차지했답니다. 5년 뒤인 2004년에는 그 비율이 97%로 급증했습니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집니다. 자연생태계가 잘 보존된 강원도 영월 동강 유역에서도 서양민들레의 공격이 시작됐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몇 년 안 가서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가 봤던 토종 민들레를 더 이상 보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기억해 둡시다. 토종민들레는 서양민들레보다 꽃을 받쳐 주는 꽃싸개잎이 위로 모아져 있다고 합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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