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미·일 연료차량 이동 포착 4일 북한 "항해 말라" 계획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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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통일부 장관(왼쪽에서 셋째)이 5일 서울 세종로 중앙청사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에 따른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조용철 기자

미국과 일본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감지하기 시작한 것은 3일이었다. 대포동 2호의 발사를 위한 준비가 상당히 진척됐다는 상황이 정보망에 걸려들었다. 미.일의 위성 정보와 통신 감청 등이 주요 수단이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정보에 의존하고 있지만, 중요 정보는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상황의 심각성에 대한 판단은 달랐던 것 같다.

◆ 발사 계획 포착=미국과 일본은 3일 대포동 2호 발사장 주변의 연료 운반 차량의 이동과 설치물 구조 변경 등을 통해 발사 준비가 끝난 것으로 파악했다. 앞서 일본 방위청 통합막료회의 정보본부는 지난 주말 미사일 발사 준비로 여겨지는 수상한 전파를 탐지하고, 암호 해독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본부는 발사 하루 전인 4일엔 미사일 탄착 지점을 확인할 '감시선'으로 추정되는 북한 선박이 동해를 항해하고 있는 것도 파악했다고 한다. 일본 정부는 이 같은 정보 분석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거의 확신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4일 오전 국제 상선 공용 주파수를 통해 "5일 새벽 0시부터 11일까지 일본 니가타현 북서쪽 800㎞ 지점 일대에 선박 항해를 피해 달라"며 미사일 발사 계획을 사실상 공개했다.

미국은 군사정보 교류 통로와 외교 통로로 북한의 동향을 시시각각 한국 측에 알려왔다. 정부는 이를 2급 기밀로 분류하고 청와대.국정원.외교부.국방부.통일부 등 관계 기관의 핵심 관계자에게 전달했다. 이날 오후 반기문 외교부장관은 다음날 출발할 예정이었던 중미 국가 방문을 전격 취소했다. 북한 움직임을 포착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은 미국과 일본의 위성과 해상의 이지스함이었다. 일본은 1998년 북한이 대포동 1호를 발사한 뒤 정찰위성 2기를 가동하고 있다. 일본 오키나와 기지에 배치된 미국의 RC-135 코브라 정찰기와 주한미군 소속의 U-2 고공전략정찰기도 최근 분주히 움직였다.

◆ 대응의 차이=국방부와 외교부 고위 관계자들은 "북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보고 예의 주시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발사할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정부는 첫 미사일이 발사된 지 1시간30분 뒤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4시간이 지나서야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었다. 미국은 미사일 발사 직후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부시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부시 대통령은 곧바로 국방장관.국무장관 등과 대책회의를 했다. 일본은 발사 뒤 30분 만에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관저에 대책실이 만들어지고 그 후 30분 만에 관계 부처 장관들이 모였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도쿄=예영준 특파원, 이상언 기자

<leesi@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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