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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검은 짐승 거두면 안된다" 집단린치 당한 조응천·금태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에 오른 검경수사권 조정과 공수처법 등에 대해 여당에서 비판이 잇따르자 당 지도부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일 당 정책조정회의 직후 “조응천 의원이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반대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중에 이야기 하겠다”며 자리를 피했다. “문무일 총장의 사표설까지 나온다” 등의 질문에도 즉답을 피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 [중앙포토]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 [중앙포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인 조 의원은 지난 1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경 수사권 조정의 당초 취지와는 정반대로 결론 지어진 개정안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법사위 패스트트랙 심의 과정에서 (당론에 따라 찬성해야 한다면) 사·보임도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라고도 했다. 조 의원이 이번 검경수사권 조정안에 반대하는 이유는 검찰의 1차 수사권이 그대로 보장됐고, 경찰 또한 정보 업무까지 전담해 비대화됐다는 점이다.

이날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금태섭 의원은 취재진에 둘러싸였다. 그는 지난달 11일 페이스북에 공수처 신설에 반대한다는 글을 올렸다. 공수처가 특별권력기관이기에 '정권의 칼'로 악용될 수 있으며,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다는 주장이었다. 금 의원도 법사위 소속이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법사위 사보임도 괜찮나.
“그건 조응천 의원님에게 물어보시라.” 
의원님 의견은.
“특별한 입장이 없다. 생각이 정리되면 나중에 말씀드리던지 하겠다.”
공수처 설치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내놨는데.
“저는 그런 말씀을 드렸다. 이후 의원총회에서는 다수 의원들이 찬성하기에 당론을 존중하겠다고 했다.”

이같은 당내 이견에 대해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민주정당이라면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 그만큼 우리 당이 건강하다는 방증"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SNS에선 조응천·금태섭 의원에 대한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조응천 의원의 페이스북에는 “역시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면 안 된다더니”, “민주당 사람인지 자유한국당 사람인지 구분이 안 된다” "본색을 드러냈다" 등의 댓글이 올라왔다. 조응천ㆍ이재명ㆍ정성호 등 민주당 소속 인사와 문무일 총장의 얼굴 사진과 함께 “사법연수원 18기들이 짜고 해 먹는다”는 댓글도 있었다.

조 의원은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에 있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 임명됐다. 이후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에 연루돼 청와대에서 나왔고, 2016년 총선 때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표의 영입 제의를 받아들여 민주당으로 옮겼다. 조 의원은 지난해 청와대 특감반 비위 사건이 터지자 “조국 수석이 먼저 사의를 표해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드리는 게 비서 된 자로서 올바른 처신”이라고 했다.

금태섭 의원의 페이스북에도 “내년 총선 공천에 통과 되는지 보자”, “딴지 걸지 말고 그냥 자유한국당을 가라” 등의 댓글이 올라와 있다. 2012년 안철수 대선 캠프 상황실장 이력 등을 거론하며 “역시 안철수계”라는 비판도 있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검찰개혁과 관련해 인터뷰하고 있다. [중앙포토]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검찰개혁과 관련해 인터뷰하고 있다. [중앙포토]

"야당의 육탄 방어를 뚫고 간신히 패스트트랙에 올렸더니 이제 와서 재를 뿌리느냐"는 게 민주당 지지자들의 비판 이유다. 비문계 한 중진은 “내년 총선에서 조응천, 금태섭 의원에게 공천을 주느냐도 관전 포인트가 될 거 같다"고 전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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