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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부 건어물 시장 |동해산 오징어 90% 집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지하철 2호선 을지로4가역에서 내러 지하도를 오르다보면 벌써부터 마른 오징어 냄새가 솔솔 풍겨온다.
중구 청을 마주하고 골목을 들어서면 길 양옆 상점에 굴비들이 줄줄이 엮여있고 수북히 쌓인 명태들이 입을 쩍 벌리고 노려보고 있다.
이곳이 30년 전부터 터를 잡아온 서울중부시장 건어물상가다.
을지로4가에서 5가에 걸쳐 도심 한가운데 있는 중부시장은 대지 5천 평, 건평 1만3천 평에 8백33개의 점포가 자리하고 있는데 이중 2백50여 개의 점포가 오징어·멸치·굴비·명태·새우·김·미역 등 건어물만 취급하고 있다.
1층에 있는 점포의 경우70%이상이 건어물을 다루고 있어 시장전체가 건어물로 싸여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어물들은 종류도 다양해 멸치만 해도 큰 것·작은 것, 상·중·하품 등 10여 종류가 넘는다. 마른오징어도 손바닥만한 것에서부터 어른 팔 길이 만한 것까지 다양하다. 따라서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중·상품의 경우 멸치1상자(3싸)가 2만∼3만5천 원, 오징어1축(2O마리)이1만5천∼2만원, 굴비10마리에 7만∼15만원 등이다.
요즘은 날이 더워 멸치·굴비 등과 가공식품 등이 주로 팔리고 있는데 오징어는 가을, 김이나 미역은 겨울철인 11월에서부터 2월까지가 성수기다.
가격도 지금은 대체로 비 성수기라 보합세를 보이고있으나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약간 올라갈 전망이다.
이곳 중부시장은 새벽4시 동트기 전부터 문을 열기 시작한다.
이때쯤이면 서울 구석구석에서 소규모로 장사하는 사람들이 몰려와 오징어 1축, 멸치1상자, 미역1단 등 조목조목 알맞은 양을 구입하기에 바쁘다.
아침시간이 지나고 한낮이 되면 가정주부들이 고객으로 밀려들기 시작, 오후5시 해질 때 쯤 되면 시장거리가 혼잡하기 이를 데가 없다.
상인들 말로는 이곳 고객은 소규모로 장사하는 상인과 가정주부가 반반정도라고 한다.
중부건어물시장이 늘 북적거리는 것은 도심 한가운데 있어 교통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지하철 2호선이 통과하고 버스노선도 많아 서울시내 어디에서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다만 주차시설이 부족해 승용차를 타고 오는 손님에게 불편을 주는 게 흠이다.
서울중부시장은 지난 57년2월28일 현대식 시장인 중부시장주식회사로 처음 개장, 일용품 소매시장으로 생필품을 주로 취급하다 65년께부터 동대문시장 주변의 건어물 취급상인들이 모이기 시작해 서울 최대의 건어물도매시장이 되였다.
그러나 정부시책으로 이곳 도매시장의 기능이 가락시장으로 넘어가고 난 뒤 규모가 다소 줄어들었다.
김이나 멸치 등을 대규모로 취급하던 대상들이 거의 가락동쪽으로 옮겨가 소매시장으로 전락하게된 것.
그러나 하역비·수수료·운송비등 간접비용을 고려한 생산지의 화주들이 비용이 훨씬 싸게 먹히는 중부시장으로 여전히 많은 물량을 직송하고 있다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오징어는 속초 등 동해안산지에서 90%정도가 이곳으로 직송되고 나머지 10%정도만 가락시장으로 가고있으며, 김은 완도 등지로부터 30∼40%가 직송된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중부시장은 이제 비록 소매시장의 형태지만 거의 전량 가락시장으로 직송되는 멸치를 제외하고는 품목에 따라 오히려 가락도매시장보다 이곳 시장의 것이 7%가량 싸다.
더구나 일반 소매상가보다는 20%이상 싸게 살 수 있는 이점 때문에 가정주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 만난 가정주부 강미순씨 (47· 서울 행당동)는 『교통이 편리해 한 달에 한두 번 단골로 중부시장을 찾고 있다』며 『물건도 다양하고 값도 비교적 싼 것 같다』고 말했다.
중부시장은 건어물뿐 아니라 가공식품도 상당량 취급하고 있는데 최근 들어 식생활패턴의 간소화로·점차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조미김·오징어포· 각종 젓갈류 등이 맛과 염도의 차이에 따라 다양하게 갖춰져 있는데 이런 가공식품은 모두 90%이상이 산지로부터 직송되는 것들이다. <손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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