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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정변ㆍ총사퇴ㆍ천막당사ㆍ삭발…목청 키우는 한국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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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렬했던 여야의 패스트트랙 충돌은 30일 새벽 강행 처리 이후에도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패스트트랙 지정 저지에 실패한 한국당은 이날 전방위적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히는 한편, ‘천막 당사’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투쟁 방안 검토에 나섰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황교안 대표는 이날 새벽 페이스북을 통해 “결국, 저들은 패스트트랙 지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제는 독재 세력들이 든 ‘독재 촛불’에 맞서,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횃불’을 높이 들자. 활활활 타오르는 불빛으로 투쟁하자”며 장외 투쟁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한국당 고위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직은 검토 중인 사안”이라면서도 “서울 광화문에 천막을 치고 황 대표가 직접 대국민 소통에 나설 것이다. 그렇게 되면 광화문 텐트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임시 당사로 활용할 수도 있다. 또 주말엔 전국 거점 지역을 돌며 대여 투쟁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황 대표는 지난 23일 청와대 앞 집회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해야 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천막 당사가 꾸려진다면 2004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이후 15년 만이다. 강한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하면서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겠다는 행보다.

2004년 한나라당이 천막당사를 차렸던 모습. [중앙포토]

2004년 한나라당이 천막당사를 차렸던 모습. [중앙포토]

장외 투쟁을 확대하는 반면 국회는 당분간 보이콧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패스트트랙이 지정되면 20대 국회는 없다”고 말해왔던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우리는 외로운 제1야당이지만, 우리의 헌법수호투쟁은 결코 멈추지 않아야 한다. 결사 항전하자”라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또 대치 국면에서 발생한 민주당 보좌진의 망치 반입 의혹에 대해 고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한국당을 “도둑놈들”이라고 지칭한 대목도 고발 대상이다.

하지만 투쟁 일변도로만 나갈 경우 한국당이 국회 발목을 잡는다는 역풍이 맞을 수 있어 머잖아 대여 협상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원내 지도부는 “어쨌든 패스트트랙 열차가 출발한 이상, 이를 세우든 방향을 틀든 하려면 우리도 협상을 해야할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또 이번 충돌을 계기로 ‘보수 대통합’ 필요성도 역설하고 있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과 1:4 싸움을 경험한 만큼, 모든 보수가 결집해서 범여권과 맞서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유승민 의원 등 바른정당계 출신 바른미래당 의원들과 한목소리를 냈다.

나 원내대표는 “한국당은 이번 투쟁을 통해 우파의 중심 세력으로 거듭났다. 이제 우리 당은 한국당을 넘어, 보수 우파를 넘어, 모두 큰 빅텐트 안에서 하나 되어 싸워야 한다. 이제 반정권ㆍ반문재인 투쟁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당에선 과격한 발언도 쏟아졌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4월 29일을 4·29 좌파정변이라 불러야 한다. 문재인(대통령)ㆍ문희상(국회의장)ㆍ이해찬(민주당 대표)ㆍ김관영(바른미래당 원내대표)ㆍ심상정(정의당 의원)이 좌파정변의 5적이다. 또 손학규(바른미래당 대표)ㆍ홍영표(민주당 원내대표)ㆍ유인태(국회 사무처장)는 공동정범”이라고 주장했다.

박인숙 의원은 “국민은 우리가 밥그릇 싸움한다는 가짜 뉴스를 믿고 있다. 그래서 국회의원 한 번 더 해 먹으려 저런다는 오해를 거두지 않고 있다. 때문에 저는 의원직 총사퇴를 건의한다. 방 빼는 수준으로 사퇴하자”고 주장했다. 박대출 의원은 “민주주의 불씨를 살려내자는 저항의 표시”라며 삭발을 한 채 나타나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김준영·임성빈 기자 kim. 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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