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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마라, 10년 후 한국 청년들 모두 취업된다"

중앙일보

입력

중국 배달업체인 어러머(饿了么)는 상하이교통대 법학과 학생 3명이 만든 회사다. 컴퓨터 게임을 하다가 배가 고파 음식을 시켰는데, 시간이 늦어 배달 못한다는 식당 주인과 입씨름을 벌였단다. 그래서 '내가 직접 해야 겠다'며 자전거 끌고 시작한 게 그들의 탄생 스토리다. 이들이 만든 회사는 90억 위안(약 1조5000억 원)에 알리바바에 매각됐다. 

중국 비즈니스 전략 컨설턴트인 김형환 중국전략경영아카데미 대표(교수)의 말이다. "창업은 거창한 것이 아닌 내 주변 사소한 일에서 시작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가 지난 24일 차이나랩과 차이나탄이 기획한 CCMBA(차이나 챌린저스 MBA)과정에서 초청 강연을 했다. 주제는 청년 창업. 약 30명의 젊은이들이 참여했다.

중국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김형환 교수는 강연장에 들어서면 생생한 경험담으로 청중을 사로잡는다. 실질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금도 매월 1회 젊은이들 대상으로 경영 전략 세미나를 이어가고 있다. '삶을 바꾸는 10분 자기 경영', '죽어도 사장님이 되어라', '중국을 경영하라' 등의 저서가 있다. 유튜브에서 '김형환 10분 경영'을 만들어가고 있다. ⓒ차이나랩

중국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김형환 교수는 강연장에 들어서면 생생한 경험담으로 청중을 사로잡는다. 실질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금도 매월 1회 젊은이들 대상으로 경영 전략 세미나를 이어가고 있다. '삶을 바꾸는 10분 자기 경영', '죽어도 사장님이 되어라', '중국을 경영하라' 등의 저서가 있다. 유튜브에서 '김형환 10분 경영'을 만들어가고 있다. ⓒ차이나랩

강연 현장으로 들어가 보자.

김형환 중국전략경영아카데미 교수 강연 #대학생들 중국 기업 취업 일상화 될 수도 #청년들의 도전 의식, 창업 분위기 조성 절실 #

창업, 거창하게 생각하지 마라. 내 주변의 일을 IT와 결합하는 일이다. 우리는 세계 최초로 5G 시대를 열었다는 나라라지만, 중국 대부분의 지역은 아직도 3G 속도다. 그럼에도 그들은 더 맹렬하게 창업 대열에 뛰어든다. 여건은 우리가 더 좋은데 왜 우리가 그들에게 뒤져야 하는가?

김 교수가 던지는 질문이다. 그는 "여러 제도적 제약도 많지만, 결국 청년들의 의지와 관련된 문제"라고 말한다.

중국 청년들은 대학교 다니면서도 어떻게 하면 사장이 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당라오반(当老板)'이 꿈이다. 그들은 스마트폰 들고 태어난 세대다. 쓸 수 있는 툴이 많아졌다. 틱톡, 위챗, 토우탸오...투자없이 돈 벌 수 있는 플랫폼이 우후죽순처럼 나타고 있다. 왕홍들이 마케팅 트렌드를 바꾸고 있다. 그들은 지금 사장이 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라고 본다. 그런데 우리 대학생들은 공무원이 되려고, 공기업 취직하려 머리를 싸매고 있다. 그 차이다."

창업이라는 시각에서 본다면 중국은 여전히 주목해야 할 시장이다.

중국 임금이 급등하면서 500위안 하던 노동자 월급이 금방 1000위안으로 올랐다. 중국에 진출한 기업이 '곡소리'를 냈다. 베트남으로 공장을 옮기기도 했다. 그런데 다른 시각으로 보면 월 1000위안 소비자가 더 늘어났다는 얘기도 된다. 시장은 그렇게 형성된다. 그걸 우리는 놓쳤다.

김 교수는 "우리 기업이 이런저런 이유로 중국에서 빠져나오는 사이 중국 시장에서는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이끄는 모바일 혁명이 일어났고, 청년들은 창업 대열에 가담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IT 모바일 혁명의 핵심을 '연결, 네트워크'로 봤다.

샤오미가 지금 팔고 있는 제품 종류가 얼마나 될까? 1만 개다.  그냥 단독으로 존재하는 물건이 아니다. 모두 연결되어 있다. 5만 개, 더 나가 앞으로 10만 개가 연결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 아스팔트 위를 달리고 있는 내 자동차와 집에 있는 냉장고, 해외여행 중인 아들의 핸드폰이 다 샤오미의 생태계 안에서 움직이게 될 것이다. 샤오미 CEO 레이쥔은 지금 그 수많은 물건들을 공유할 수 있는 세계를 꿈꾸고 있을 것이다.

이쯤이면 삼성폰 갤럭시가 왜 중국에서 안 팔리는지에 대한 하나의 답이 나온다.

아무리 팔면 뭐 하나, 연결되어 있지 않는데...

김 교수는 "지금이라도 젊은이들이 5G가 주는 무한한 가능성에 눈을 뜨고, 도전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중국에는 한 달 수 천만 원을 버는 왕홍이 수두룩하다. 우리 기업들도 그들에게 제품 마케팅을 의뢰해야 할 형편이다. 그걸 왜 중국 왕홍에 맡겨야 하나. 우리 젊은이들이 하면 더 잘 할 수 있다. 단지 안 하고 있을 뿐이다. 콘텐츠 역량을 개발해야 한다. 국경도, 언어도 장벽이 될 수 없다. 그들에게 통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면 분명 기회는 많다.

그렇다면 콘텐츠 창업,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시장 연구다. 김 교수는 "그들이 청바지를 얼마나 잘 만드는지를 보지 말고, 청바지를 누가 사는지를 관찰해야 한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아이 기저귀를 예로 들어보자. 그 기저귀를 누가 사는가? 젊은 엄마가 사지 않는다. 대부분 아이의 할머니들이 산다. 중국에서 육아는 할머니 몫이다. 그러기에 기저귀 마케팅은 할머니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 엄마 나이의 연령대가 아닌 할머니 연령의 모델을 써야 하고, 할머니에게 통할 수 있는 감성을 넣어야 한다.

삼성동 위워크에서 열린 이날 강연에는 CCMBA 수강생 30여 명의 젊은이들이 참여했다. ⓒ차이나랩

삼성동 위워크에서 열린 이날 강연에는 CCMBA 수강생 30여 명의 젊은이들이 참여했다. ⓒ차이나랩

김 교수는 기업이라면 시장에 투자하지 말고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한다.

텐센트는 지금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 성장을 만들어준 게 바로 한국 게임이다. 당시 게임 판권 로열티를 얼마나 받느냐에만 관심이 있었다. 그때 지분을 달라고 했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지금 텐센트 최대 주주는 남아공의 언론 재벌 내스퍼스가 아닌 한국의 어느 회사였을 것이다. 우리도 이제 중국 시장이 아닌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그들의 성장에 올라타야 한다.

사람도 중요하다.

여러분이 만나는 중국 청년 속에 '마윈'이 있고, '마화텅'이 있다. 그들에게 아이디어가 있다면, 투자하라. 한국에 나와 있는 중국 유학생이라도 잡아라. 그들에게 중국 시장 공략의 기치를 맡겨라.

김 교수는 마지막으로 우리 창업 환경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흔히 일본은 '장인의 나라', 중국은 '상인의 나라'라고 말한다. 정말이지 중국인은 파는 것에 관한한 최고다. 한국은 어떤가? 우리는 '선비의 나라'다. 똑똑한 청년들은 공무원을 꿈꾸고, 공무원이 돼서는 규제를 만든다. 이래서야 어찌 4차산업혁명 시대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마지막으로 한마디 덧붙인다.

우리 청년들 지금 일자리 잡지 못해 아우성이다. 그러나 10년 후에는 다를 것이다. 걱정 마라, 다 취직될 수 있다. 어디에 취직하냐고? 중국 회사다.

"우리 청년들이 중국에 가 일자리를 구하는 게 일상적인 일로 받아들여지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라는 얘기다. 도발적이다. 김 교수가 보는 현실은 그만큼 절박하다.

차이나랩=한우덕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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