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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가는 재미 자극…전 세계 지갑 삼킨 ‘어벤져스’ 광풍

중앙일보

입력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개봉과 함께 전세계 극장가를 삼키다시피하는 마블스튜디오의 ‘어벤져스:엔드게임’(이하 엔드게임)의 흥행 질주가 무섭다. 지난 24일 0시 중국 개봉을 시작으로 지난 주말까지 닷새 동안 ‘엔드게임’이 벌어들인 글로벌 흥행수입은 12억 달러(약 1조 3900억원). 한국을 포함해 호주·중국·브라질·멕시코·영국 등 44개국에서 오프닝 흥행 기록을 갈아치우며 영화사상 최단시간 10억 달러 수입을 돌파했다.

시리즈 중간결산 '엔드게임' 각종 흥행 신기록 #팬덤 특화 상품 등 '취향의 공동체' 공유 재미 #"극장의 파워 보여줘"…수입 44% 3D로 벌어

전 세계 흥행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포스터. 디즈니가 인수한 마블스튜디오의 수퍼 히어로물 시리즈를 중간 결산하는 작품이다.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전 세계 흥행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포스터. 디즈니가 인수한 마블스튜디오의 수퍼 히어로물 시리즈를 중간 결산하는 작품이다.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2008년 ‘아이언맨’ 개봉 때부터 “할리우드 수퍼 히어로물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은 마블 시리즈이지만 이 같은 흥행 광풍은 예상을 뛰어넘는다. ‘엔드게임’은 주요 히어로들이 합체(assemble)하는 어벤져스 시리즈로는 네 번째에 해당하며 지난해 3편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이하 인피니티 워)의 연장선상에서 지난 11년간 22편(엔드게임 포함)을 결산하는 이야기다.

때문에 마치 스타워즈 세대가 ‘스타워즈 팬덤’을 공유하듯 마블 팬들 역시 그들만의 세계, 즉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자축하며 개봉 첫날부터 ‘인해전술’ 쓰듯 결집했다. 이들 ‘취향의 공동체’를 겨냥해 지퍼락에선 어벤져스 지퍼백을, 맥도날드는 24종 장난감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마블스튜디오를 소유한 디즈니가 이런 파트너십으로 벌어들인 수입만 2억 달러에 이른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할리우드 업계는 이번 엔드게임의 흥행에 고무된 모습이다. 넷플릭스를 필두로 하는 스트리밍 개인 모바일 서비스 시대에 여전히 ‘극장이 살아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기 때문이다. 메건 콜리건 아이맥스 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이를 가리켜 “극장에는 초분절화된 문화 속에서도 압도적인 공동체 경험을 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28일 NYT 재인용). 이때 공동체 경험이란 TV와 다르게 함께 모여서 보고 즐기는 재미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마치 고화질 다각도 촬영 덕에 TV 야구가 훨씬 재미있어졌음에도 돈 내고 야구장을 찾는 팬들이 줄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존 피티안 전미영화관협회 회장은 “젊은 영화관객들은 엔드게임 때 어디서 누구와 봤나를 기억하게 될 것”이라며 이들이 향후 '스타워즈 세대' 같은 유료 팬층이 될 거라고 내다봤다.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개봉일인 24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관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엔드게임'은 국내 개봉 첫 주 관객이 누적 631만명을 기록해 가장 빠른 흥행을 보이고 있다. [뉴스1]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개봉일인 24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관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엔드게임'은 국내 개봉 첫 주 관객이 누적 631만명을 기록해 가장 빠른 흥행을 보이고 있다. [뉴스1]

엔드게임의 경우엔 3D와 아이맥스(IMAX) 등 최신식 스크린 체험도 속칭 N차 관람(되풀이 관람)에 큰 몫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할리우드 전문매체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엔드게임은 전세계 아이맥스 오프닝에서 9150만 달러를 벌어들여 종전의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기록을 92%나 상회했다. 입체영화 3D 관람도 세계적으로 5억4000만 달러에 달해 앞선 인피니티 워(3억6600만 달러) 기록을 크게 앞질렀다. 3D 상영시스템을 보급하는 리얼디(RealD) 집계 결과 엔드게임 글로벌 흥행 수입의 44%가 3D에서 나왔다고 NYT가 전했다.

첫 주 기록 행진엔 글로벌 개봉 44개국에 중국이 포함된 것도 주효했다. 아이맥스 등 최신식 시스템이 주도하는 중국 극장가에서 엔드게임은 5일간 3억3100만 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역대 서구 영화 개봉작 중 최고 기록이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아이언맨) 등 주요 배우(캐릭터)들을 물갈이하면서 새 출발할 MCU가 북미·유럽과 한국·호주 등을 넘어 중국권의 어마어마한 잠재 관객을 확보했다는 얘기다.

팬덤몰이와 현장체험을 두 축으로 하는 블록버스터 흥행공식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형 영화스튜디오 중 하나인 디즈니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올 7월 뮤지컬 기반의 ‘라이온 킹’과 12월 ‘스타워즈:라이즈 오브 스카이 워커’가 차기 대표주자다. 이밖에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소니) ‘토이스토리4’(디즈니)도 고정팬을 확인하러 달려나올 예정이다.

한편 엔드게임은 국내에서 28일까지 누적 관객 631만 명을 기록해 역대 가장 빠른 흥행 속도를 보이고 있다. 다만 해외와 달리 2D 관람이 93.1%의 점유율로 지배적이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전체 누적 관객 가운데 3D·아이맥스·3D 디지털·아이맥스 3D 등 특수 관람 점유율은 6.9%를 차지한다. 다만 훨씬 비싼 표값 때문에 누적 매출 점유율은 이보다 높은 10.7%를 기록하고 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캡틴 마블을 연기하는 할리우드 여배우 브리 라슨이 지난 22일(현지시간) LA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프리미어 행사장에서 극중 히어로 복장을 한 팬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AP=연합뉴스]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캡틴 마블을 연기하는 할리우드 여배우 브리 라슨이 지난 22일(현지시간) LA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프리미어 행사장에서 극중 히어로 복장을 한 팬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AP=연합뉴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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