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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동의해야 공수처장 임명···바른미래 새 법안 제안에 정국 요동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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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을 나서고 있다. [뉴스1]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을 나서고 있다. [뉴스1]

바른미래당이 29일 별도로 만든 공수처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의 새 조건으로 제시하면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바른미래당이 새로 내놓은 공수처법(권은희 의원 대표발의)은 기존 여야4당 합의안과 다소 차이가 있다.

①처장 임명 땐 국회 동의 받아야=공수처장 임명시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항목은 민주당과의 협의 과정에서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 공수처추천위에서 2명을 추천 받아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절차는 기존 합의안과 같지만 ‘국회 동의’ 절차가 추가됐다. 이는 여당으로서는 껄끄러운 조항일 수 있다. 장관 임명 때도 없는 국회 동의 조항이 들어갈 경우 야당의 입김이 작용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②대통령 아니라 처장이 검사 임명=공수처 내 검사 임명 절차 역시 다르다. 기존 합의안은 공수처장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있지만, 권은희 의원 안은 공수처 내 인사위원회 추천을 받아 공수처장이 임명하도록 돼있다. 처장 임명에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하는 조건에 더해 검사 인사에 청와대 개입 여지를 줄인 것으로 정부와 여당 입장에서는 불만이 있을 수 있다. 변호사 자격, 10년 이상 재판·수사·조사 실무경력 등 자격 조건은 기존 합의안과 같다.

③공수처 내에 기소심의위 설치=‘기소심의위원회(기소심의위)’의 설치도 쟁점다. 권은희 의원 안에 따르면 공수처장은 만20세 이상 국민 가운데 무작위로 심의위원후보를 선정한다. 이 후보군 안에서 심의ㆍ의결이 필요할 때 7~9명의 위원을 무작위 선정해 위원회를 구성한다. 공수처가 기소권을 행사하고 싶다면 위원회 심의와 의결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이는 미국 등에서 시행 중인 기소배심제도와 유사하다. 법정에서 유무죄 여부를 배심원이 판단하듯, 재판에 넘길지 말지 여부도 배심원이 판단하는 것이다.그밖에 기존 안에 없던 청탁금지법 등을 추가해 수사대상 범죄의 폭이 더 넓어졌다는 것도 차이다.

민주당 “긍정 검토”, 한국당 “패스트트랙 자체 동의 못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권은희 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패스트트랙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정부와 민주당 안에도 불구속심의위원회가 있었다.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권은희 의원의 입장을 반영해 하나의 법안으로 다시 만드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4당 합의 과정에서 공수처의 기소대상을 한 차례 제한(판ㆍ검사와 경무관 이상 경찰관)한 적이 있다. ‘기소심사위’와 국회 임명동의 조항은 민주당으로서는 추가 양보를 해야하는 사항이다. 그럼에도 바른미래당이 권은희 의원 안을 패스트트랙의 최종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어서 민주당이 거부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4당 합의 주체인 민주평화당이 “별도 발의는 패스트트랙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4당 원내대표의 재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패스트트랙 반대파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권은희 의원 안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협상 진행상황과 관계 없이 대치 국면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것 자체가 과정도 불법이고 동의할 수 없다. 공수처는 정권의 홍위병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은 “권은희 의원 법안은 수사와 기소가 분리된 공수처가 아니기 때문에 동의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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