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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성악가의 성폭행 두얼굴···소년에게 그는 악몽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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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 제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명 성악가에게 중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아동ㆍ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에 따른 위계등간음ㆍ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권모(54)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9일 밝혔다. 또 5년 동안 신상정보를 공개하고 아동ㆍ청소년 관련 기관에 취업하지 못하게 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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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씨는 지난 2014년 3~12월 합숙 지도를 해주던 제자 A군(당시 17세)과 그의 남동생, 친구 등 총 3명의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뒤늦게 피해 사실을 알게 된 A군의 아버지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2017년 12월 권씨는 구속됐다.

겉으론 후원자, 실상은 성범죄

권씨와 피해자 A군은 2011년 한 음악 프로그램으로 인연을 맺었다. 이후 권씨는 그를 키워주겠다며 후원을 제의했다. 2013년 A군은 고등학교 진학과 함께 서울에 올라왔고, 권씨 집에서 생활하면서 성악을 배웠다.

이듬해부터 악몽이 시작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가정형편상 제대로 된 성악 교육을 받기 어려웠던 A군은 후원자인 권씨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조금이라도 말을 듣지 않으면 권씨가 나가라며 불같이 화를 내곤 했다고 A군은 수사기관에 진술했다. 권씨는 A군뿐만 아니라 그의 남동생과 친구에게도 추행을 수차례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권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전문적인 성악 교육을 받기 어려운 환경에 있었고 성악가로서 성공하기 위해 도움을 절실히 바라고 있었다는 점을 이용해 약한 정도의 추행을 반복하다 피해자가 벗어날 수 없는 단계에서 성폭행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피해자 동생과 친구를 상대로도 추행을 저지르면서 성욕 배출 대상으로 삼았다”며 “게다가 피해자가 공연하면서 얻은 수익을 보관하면서 이를 피해자와 부모에게 알리지 않아 경제적 이익을 추구한 모습까지 보였다”고 지적했다.

“성악 배우려는 절실함 이용…피해자 충격과 고통”

권씨는 A군이 피해를 당했다고 진술한 날짜 등이 명확하지 않고 범행 이후에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 점을 들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피해자가 권씨의 전적인 보호ㆍ감독 아래에 있으면서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음을 고려해야 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권씨의 다른 제자들도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평소 권씨가 성추행과 성희롱을 일삼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다만 2심은 A군 동생에 대한 추행 혐의를 무죄로 판단해 징역 6년으로 감형했다. 동생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어 믿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2심 재판부는 “권씨가 성악가를 지망하는 청소년인 피해자를 지도하던 중 여러차례 범행을 저질렀다”며 “각 범행과 피해자의 나이,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 등을 볼 때 죄질이 좋지 않다. 피해자는 상당한 충격과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권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2심 판결을 확정지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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