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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학대 위탁모 징역17년···"일하는 엄마 죄책감 없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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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중앙포토]

[연합뉴스·중앙포토]

돌보던 아이 3명을 학대하고 그 중 한 명을 뇌사 상태에 빠뜨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위탁모에게 징역 17년이 선고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부장 오상용)는 26일 오전 아동학대처벌특례법위반(아동학대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위탁모 김모(39)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하고, 20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이는 아동학대치사의 양형 기준을 훨씬 웃도는 중형이다.

재판부는 “아동학대는 단순히 피해아동에 대한 학대행위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새로운 개인적,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므로 개인의 존엄성 보호, 사회의 건전성 확보 차원에서도 아동학대의 문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사법적 개입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인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이 피해자(아동)들에게 한 신체적 학대 행위는 피해자들의 부모가 보육료를 제대로 주지 않았다거나 피고인이 양육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이유 등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이 사건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이 사건과 직접 관계가 없는 일반시민들, 특히 직장에서 일하는 엄마들이 공분을 느끼고 향후 유사한 아동학대범죄가 발생하면 안 된다는 메시지와 함께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원은 김씨에게 중형을 선고한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재판부는 “아동학대치사의 양형 기준은 학대의 정도가 중한 가중영역의 경우에도 징역 6년에서 10년에 해당해 국민의 법 감정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다시는 이 사건과 같은 비극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사법부의 의지를 표명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안심하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더 발전된 모습으로 나아가기를, 일하는 엄마들이 더 이상 죄책감을 갖지 않는 세상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서울 강서구 화곡동 거주지에서 생후 15개월된 아이에게 지난해 10월 약 10일간 음식을 거의 주지 않고 수시로 주먹과 발로 때린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아이를 돌보던 중 ‘설사가 잦다’는 이유로 열흘 간 하루 한 차례 분유 200cc만 먹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지난해 10월 21일 아이가 눈동자가 돌아가고 손발이 뻣뻣해지는 경련 증상을 나타냈지만 32시간 동안 방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아이는 지난해 10월 23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지난해 11월 10일 숨졌다. 김씨의 범행은 아이를 진료한 이대목동병원이 사인을 뇌손상으로 결론 내리면서 ‘아동학대가 의심된다’고 경찰에 신고하며 발각됐다.

김씨는 사망한 아이 외에도 A양(당시 6개월)과 B군(당시 18개월)을 학대한 혐의도 받고 있다. A양의 코와 입을 틀어막고 욕조물에 얼굴을 담구기도 했으며, B군을 수도꼭지 아래에 있는 목욕탕 대야에 눕혀 놓고 뜨거운 물을 틀어 화상을 입힌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앞선 결심공판에서 징역 25년을 구형하며 “방어 능력 없는 아이를 학대하다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은 엄벌해야 한다는 입법자의 의지를 반영해야 한다”며 “아이를 직접 키우지 못하는 어려운 환경에도 출산을 포기하지 않고 24시간 어린이집과 사설 위탁모의 도움을 받아 아이를 키워 온 가정에 큰 충격을 준 사건”이라고 밝혔다.

반면 김씨는 최후변론에서 "어려운 가정에서 가장 아닌 가장으로 앞만 보고 살다 보니 스트레스가 심했다"며 "저지른 죄에 대해서는 제 목숨 다하는날까지 반성하며 살겠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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