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안아플 때도 치과 오세요, 치아도 정기검진 필요합니다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전승준의 이(齒)상한 이야기(4)

치과의사의 지도에 따라 칫솔질 요령을 배우는 어린이집 원생의 모습. 어린이는 어른과 다른 존재다. 이들의 성장, 체형, 심리를 고려해 어른과 다른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 [중앙포토]

치과의사의 지도에 따라 칫솔질 요령을 배우는 어린이집 원생의 모습. 어린이는 어른과 다른 존재다. 이들의 성장, 체형, 심리를 고려해 어른과 다른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 [중앙포토]

‘어린이는 작은 어른이 아니다(Children are not small adults)’는 소아과학 교과서 첫머리에 적혀있는 글귀입니다. 미국 필라델피아 어린이 병원 입구에도 새겨져 있다고 합니다. 이는 어린이가 단순히 성인 신체를 작게 축소한 존재가 아님을 강조한 것입니다.

어른과는 다른, 어린이의 연령에 따른 성장패턴, 체형, 심리 등을 고려한 최적의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치과적인 부분에서도 마찬가지. 가장 큰 특징은 어른과는 다른 발육변화를 계속하며 항상 성장 중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어린이는 계속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다이나믹한 어린이의 구강 구조 변화

어린이는 몸 전체가 성장 발달을 하는 가운데 머리뼈, 얼굴 부위 및 구강 안의 구조도 다이나믹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어린아이의 치과 검진 및 치료 시 항상 아이의 신체적·정신적 성장발달을 고려해야 합니다. 지금 당장의 상태만 보는 것이 아니라 향후의 발육까지 예상해 치료계획을 정하고 적절하고도 합당한 치료를 해야 합니다. 어린이의 치과 진료에선 성장발육이라는 개념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그러나 소아·청소년과는 예방주사 등의 이유로 태어나자마자 가게 되는데 치과는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충치가 생긴 것을 모른 상태로 오래 방치하다가 첫 검진을 받고 후회하는 부모가 많습니다. 당장 아파하거나 눈에 심하게 띄는 증상이 아니면 치과는 치료의 뒷순위로 밀리게 될 때가 많아 안타깝습니다.

아동은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성인과 다르다. 태아는 성인이 될 때까지 신체비율에 변화가 오고(위), 뇌 역시도 나이에 따라 발달 정도가 다르다(아래). [제작 조혜미, 자료 미국 국립보건원(NIH)]

아동은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성인과 다르다. 태아는 성인이 될 때까지 신체비율에 변화가 오고(위), 뇌 역시도 나이에 따라 발달 정도가 다르다(아래). [제작 조혜미, 자료 미국 국립보건원(NIH)]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아기의 첫 치과 검진 시기는 첫 이가 나왔을 때입니다. 이 시기는 아가마다 약간씩의 차이는 있지만 보통 생후 약 6개월 정도입니다. 여전히 아기가 너무 작고 여린 시기라 부모가 치과에 데리고 갈 엄두를 못 내는 듯합니다. 통상은 첫 내원 때 치료를 하는 경우는 드물고(치료할 정도의 이상이 벌써 생긴다면 정말 큰일 난 것이지요) 향후 아이의 입안에서 나올 치아의 개수, 종류, 칫솔질 요령 등을 배울 기회가 될 것입니다.

그 이후에는 아무 이상이 없는 것 같아도 몇 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치과를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때마다 변화하고 있는 아기의 구강 상태에 관해 설명을 듣고 적절한 관리 방법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치과가 이상이 있을 때만 가고, 갈 때마다 지긋지긋한 주사와 드릴을 경험해야 하는 악순환을 겪지 않도록 부모가 신경 써주어야 합니다. 정기검진의 중요성은 매우 중요하며, 이는 성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아는 성인보다 여러 가지 면에서 다양한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충치 등의 증세에 대한 치료 방법은 다양합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성인은 일단 본인이 치료를 받아야겠다고 마음먹으면 다소 무섭다더라도 참는 것이 보통인데 아이는 그렇지 않습니다. 치과를 가는 것 자체가 본인과 상관없는 부모의 의사에 따른 것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경우에 심약하고 겁이 많은 아이는 치료 과정 중에 마음에 상처를 받거나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입는 일이 종종 생깁니다.

치과가 공포 아닌 추억의 장소가 되려면

그러므로 소아의 치과 치료 계획은 절대로 천편일률적이지 않습니다. 같은 증세를 보이는 옆집 아이가 이러이러한 치료를 받았다고 해서 우리 아이도 똑같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안 되겠습니다. 서로 성장·발육 상태가 다르고 처한 경제 상황, 성격, 좋아하는 음식, 구강관리 방법, 부모의 성격, 그리고 치료하는 치과 의사가 추구하는 진료 방향 등 많은 요인이 있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아이의 구강 상태는 결코 고정된 것이 아니고 계속 변하며, 성인보다 치과에 대한 공포나 거부감이 심하기 때문에 아이 입 안에서 하얀 첫 젖니가 나오는 순간 치과에 데리고 가 검진을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후 정기적인 방문에 따른 관리를 하다가 이상이 생긴 경우 아이를 위한 최선의 치료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만 아이가 성인이 되어서도 치과가 또 가고 싶은 추억의 장소가 될 수 있습니다.

전승준 분당예치과병원 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