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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문 대통령도 다녀간 극동연방대서 발레공연 본다

중앙일보

입력

북ㆍ러 정상 회담장으로 유력한 극동연방대 S 동에 걸린 양국 국기 [연합뉴스]

북ㆍ러 정상 회담장으로 유력한 극동연방대 S 동에 걸린 양국 국기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4일 오후 전용열차편으로 블라디보스토크역에 도착한 뒤 극동연방대학교로 향할 예정이다. 극동연방대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극동 지역 개발의 핵심축으로 삼고 있는 곳이다. 니콜라이 2세의 특별 지시로 1899년 설립된 뒤, 푸틴 대통령 집권 후 러시아 내 최초 ‘연방대’로 승격됐다. 블라디보스토크 도심에서 루스키대교를 건넌 뒤 나오는 루스키섬에 자리한 캠퍼스는 러시아 정부가 해외 정상 및 국제 회의 등을 단골로 주최하는 곳이다. 캠퍼스 자체가 해안가를 끼고 있는데다 대교만 차단하면 경호도 편리하다.

캠퍼스에 있는 19개의 건물 중 핵심 시설은 S동이라고 불리는 건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방러 당시 푸틴 대통령을 이곳에서 만나 양자 회담을 가졌다. 김정은 위원장도 이곳에서 푸틴 대통령과 다양한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캠퍼스 내엔 접근이 금지돼있다.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기 때문이다. 북ㆍ러 관계자들이 분주히 오가는 모습이 먼 밖에서 포착될 뿐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집사 역할을 해온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도 이곳에 자주 출몰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뉴스]

S동은 당초 체육관 목적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바로 옆엔 국빈급을 위한 영빈관 격인 숙소가 붙어있어 정상회담에 최적으로 설계됐다. 극동연방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형법을 전공하고 있는 안철환 변호사는 “캠퍼스 자체가 러시아 정부 주도로 국제회의를 위해 건설됐다”며 “앞으로도 컨벤션 센터와 제2캠퍼스까지 건설이 예정돼있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숙소로 추정되는 러시아 극동연방대 캠퍼스 [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 숙소로 추정되는 러시아 극동연방대 캠퍼스 [연합뉴스]

극동연방대 S동은 김정은 위원장 시대 1차 북ㆍ러 정상회담의 본게임이 펼쳐지는 곳이 됐다.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이 23일(현지시간) 밝힌 바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과 상견례를 겸한 단독회담을 한 뒤 확대회담을 거쳐 오찬을 할 예정이다. 오찬 전후로 환영 공연이 무대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 현지 언론 매체들은 극동연방대 내에 무대가 설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연에 오를 레퍼토리로는 러시아 측에선 ‘백조의 호수’ 발레와 민요, 북한 측에서는 부채춤 등이 거론된다. 발레 공연은 블라디보스토크에 분원이 있는 세계 최정상급 발레단인 마린스키가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수도 모스크바를 거점으로 하는 볼쇼이 발레단과 달리 마린스키는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본거지로 하는데, 푸틴 대통령은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 출신으로 이곳에 애정이 각별하다. 푸틴 대통령이 극동 지역 개발에 공을 들이면서 마린스키의 블라디보스토크 분원 격으로 설치한 것이 프리모르스키 스테이지 분원이다. 극동연방대에서도 차로 약 10분 거리로 가깝다.

러시아 마린스키(블라디보스토크 프리모스키 스테이지) 발레단 '백조의 호수' 시연장면 [뉴스1]

러시아 마린스키(블라디보스토크 프리모스키 스테이지) 발레단 '백조의 호수' 시연장면 [뉴스1]

러시아 현지 매체들이 김 위원장을 위한 공연으로 ‘백조의 호수’가 유력하다고 점치는 가운데, 어떤 장면이 무대에 오를지도 관심사다. 차이콥스키의 음악으로 유명한 정통 클래식 발레의 상징인 ‘백조의 호수’엔 궁중 연회 장면과 주인공 오데트 공주와 지크프리트 왕자의 파드되(2인무) 등 유명한 장면이 많다. 러시아 정부가 어떤 장면을 고르는지에 따라서도 김 위원장에게 모종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마린스키 발레단엔 한국인 출신 발레리노 김기민이 수석무용수로 활약 중이다.

블라디보스토크=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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