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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보증 폐지 1년…법인 대표에 '신용불량자' 낙인도 없앤다

중앙일보

입력

연대보증이 폐지된 지 1년, 정부는 기업 대표를 신용유의자로 만드는 '관련인 등록제'도 6월 대폭 개선해 소급적용키로 했다. [중앙포토]

연대보증이 폐지된 지 1년, 정부는 기업 대표를 신용유의자로 만드는 '관련인 등록제'도 6월 대폭 개선해 소급적용키로 했다. [중앙포토]

레이앤리소시스 극장용 영상재생장비를 만드는 중소제조업체다. 미국산과 중국산이 양분하고 있는 극장용 3D 장비 시장을 합리적인 가격과 품질로 파고들고 있다. 이 회사 석민철(42) 대표는 사업자금 마련을 위해 지난해 보증기금에서 신규 보증을 받으면서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연대보증 폐지돼 2017년 받았던 보증의 연대보증 책임도 사라졌다는 이야기였다. 석 대표는 “연대보증 폐지로 경영부담을 덜고 사업확대에 더 매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련인 등록제' 6월 개선 #횡령·배임 없으면 등록 면제·소급적용

2018년 4월 은행권과 보증기관에서 연대보증이 폐지된 지 1년이 됐다. 연대보증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기업이 대출 갚지 못하면 연대보증을 선 기업 대표가 그 빚을 떠안는 낡은 관행을 벗어나자는 취지였다.

24일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미국·일본 등 해외보다 한발 앞서 도입한 연대보증 폐지가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열린 ‘연대보증 폐지 진행상황 점검회의’의 모두발언을 통해서다. 금융위에 따르면 연대보증이 폐지된 뒤 1년간 신보·기보의 창업·중소기업 보증공급액은 67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66조5000억원)보다 늘었다. 연대보증이 폐지되면 중소기업 보증이 위축될 거란 우려를 일축하는 결과다.

하지만 연대보증이 사라졌다고 기업 대표가 빚 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난 건 아니다. 한국신용정보원의 ‘관련인 등록제’가 남기 때문이다. 대출을 갚지 못한 기업의 지분율 30% 이상의 최다출자자에 해당하는 경영인은 신용정보원에 관련인으로 등록하는 제도다. 중소기업은 경영자의 지분율이 높은 편이어서 관련인 등록제 적용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일단 관련인으로 등록되면 그 기록이 모든 금융회사에 공유되고 개인신용평가에도 반영된다. 연대보증을 서지 않았더라도 기업이 빚을 갚지 못하면 기업인이 신용유의자(옛 신용불량자)가 된다는 뜻이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관련인 등록제를 개선키로 했다. 6월부터는 기업 경영인이 책임경영 의무를 이행했다면 관련인으로 등록하지 않기로 했다. 업무상 횡령·배임을 저지르거나 정책자금을 용도 외 사용하는 등 중대한 위반사실이 발견된 경우에 한해 관련인으로 등록한다.

이미 관련인으로 등록된 기업인에도 개선된 제도를 소급적용할 계획이다. 연대보증을 면제받고 책임경영 이행약정을 지켰다면 관련인 등록을 해제해줄 방침이다.

김용범 부위원장은 “기업인의 재기와 재도전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인 정보를 개선한다”며 “이미 관련인으로 등록된 경우도 일정 요건을 갖추면 소급해서 등록을 해지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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