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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북풍(北風) 영향 어느 정도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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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북한 미사일 발사가 회복 조짐을 보이던 증시에 충격파를 던졌다.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시 부각됐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악재가 분명하다고 입을 모았다. 펀더멘털을 훼손시키는 사안이 아닌 만큼 장기 영향은 제한적이겠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반응에 따라 주가 향방이 달라질 것으로 분석했다.

◆ 미사일, 투자심리 흔들것 = 5일 증시는 급락세로 출발했다. 개장초 코스피 지수가 2% 이상 하락해 1260이 깨졌다. 삼성전자 등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가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시장 반응에서 나타나듯이 북한 미사일 발사는 투자 심리에 충격을 줘 단기적으로 악재가 불가피해 보인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시 한번 부각돼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외국인의 자금 이탈을 가속화할 수 있는 빌미로 작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장승철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로 흘러가다 미국 독립기념일에 갑자기 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증시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미사일 사건이 장기 횡보의 원인을 제공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대열 대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고유가와 원화강세, 하반기 경기둔화 등 악재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 미사일까지 불거져 1300을 저항선으로 한 조정 국면이 연장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민 우리투자증권 주식운용팀장도 "최근 코스피지수가 5%이상 단기급등한데 따른 부담감이 있었는데 이번 미사일 발사로 시장은 조정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잠시 쉬어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 펀더멘털 변화없어 충격 제한적 = 대다수 전문가들은 미사일 충격이 단기적인 영향에 그칠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사일 발사가 심리적인 충격을 줄수는 있지만 기업실적, 수출, 내수 경기 등 펀더멘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우증권은 경험적으로 북한과 관련된 지정학적 리스크가 증시의 추세를 좌우한 적은 없다며 증시의 일시적 충격이 투자자에겐 또 다른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1998년 8월 대포동 미사일 1호 발사 당시에도 주가와 환율 등 주요 경제지표가 커다란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성모 한국투자증권 상무는 "북한 미사일 발사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단기적인 영향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미사일 발사 우려가 이미 시장에 반영됐고, 한국의 펀더멘털이 과거에 비해 탄탄해졌다는 점도 영향을 제한적 수준에 그치게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의석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장은 "미국의 대응강도와 방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미사일 문제가) 상당기간 진행돼 온 사안이기 때문에 심리적인 요인 등 단기적 충격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 주가 방향은 외국인이 좌우할 것 = 문제는 외국인 투자자의 반응이다. 외국인이 어떻게 이번 사건을 받아들일지에 따라 단기 충격에 그칠수도 있고, 의외의 결과를 가져올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종현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어떻게 움직일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사일 발사가 펀더멘털에 영향을 주지는 못하겠지만 미국의 대응전략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또다시 불거지는 식의 반응이 나올지 주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그 자체로 위협적이기 보다는 외교관계에서의 일종의 테크닉으로 볼 수 있다"며 "미국과 일본이 어떤 식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추가적인 긴장악화가 나올 수 있고 그에 따른 후속 파장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의석 부장도 북한과 미국의 관계 악화를 우려했다. 그는 "북한이 미국 독립기념일을 미사일 발사일로 택한 것은 미국을 자극하려는 의도도 보인다"며 "미국의 대응여부를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 북풍, 과거 영향은 어땠나 = 과거 북한 변수로 주가가 이틀 이상 연속 하락한 사건은 5회 이상으로 다른 전쟁이나 테러 등에 비해 증시 영향력이 컸다. 그러나 영향은 단기에 그쳐 1개월후에는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선물거래소가 1980년대이후 2004년까지 주요한 북한 문제 11건과 전후 주가추이를 조사한 결과, 이틀연속 하락한 적은 총 5번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7번의 1개월후 주가는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2003년 1월 북핵중재안 거부 및 NPT탈퇴선언때 각각 3.27%, 0.32% 하락했다. 2002년 12월 북한 핵봉인제거 때도 2.55%, 1.96% 이틀 연속 하락했다. 1994년 6월 IAEA 탈퇴선언때와 1993년 6월 NPT탈퇴 유보, 1983년 10월 아웅산 테러때도 이틀 연속 하락했다.

사건 발생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오른 적도 있었다. 1993년3월 NPT탈퇴선언때는 당일 2.10% 올랐고 그 다음날도 1.06% 올랐다. 2003년 4월 다자간회담 수용같은 긍정적인 뉴스때는 1.96% 상승했다. 특히 김일성 사망(1994년7월9일)이나 서울불바다선언(1994년3월19일) 같은 악재성 뉴스에도 증시는 각각 0.78%, 0.10% 올랐다.

북한발 돌발악재가 발생한지 1개월후에는 대부분 주가가 올라 '패닉의 반대편에 서라'라는 증시격언을 확인시켜줬다. 2003년 3월 북전투기 미군기 접근 뉴스 당일 4.17% 하락했으나 다음날에는 바로 이를 회복, 4.28% 상승 마감했다. 1개월후에는 18.92%나 올랐다. 2003년 4월 핵보유시인 및 3자회담 종결때도 당일에는 3.69% 하락했지만 1개월후에는 9.00%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사건 발생 1년후까지 주가 추이를 비교하면 1년후 주가가 하락한 적은 2002년12월 북한 핵봉인제거 단 1번이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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