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 "위헌이다"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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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토지거래허가제의 위헌여부를 둘러싸고 뜨거운 법정 공방이 일어 헌법재판소의 결정 결과가 크게 주목되고 있다.
10일 헌법재판소 대심 판정에서 전원재판부(주심 김양균 재판관)심리로 열린 국토이용관리법 21조3항의 위헌 심판사건 변론에서 신청인 측의 박재승 변호사와 허영 교수(연세대·헌법학)는 위헌론을 주장한 반면 피 신청인 측의 박승 건설부 장관과 김남신 교수(고려대·행정법)는 합헌론을 펴 대조적이었다.
이 사건은 토지거래 허가지역 내의 미등기 전매행위로 국토이용 관리법 위반혐의로 구속 기소됐던 강모씨(서울 면목3동)의 신청에 따라 서울남부지원 김희태 판사가 1월15일 헌법 재판소에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했었다.
쟁점은 토지거래 허가제가 헌법이 보장한 사유재산의 사용·수익·처분권의 본질을 침해하느냐의 여부와 무허가 및 위법거래자를 형사 처벌하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두 가지.
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한 위헌여부를 이 달 중 결정할 예정이며 위헌결정이 내려질 경우 토지거래 허가제는 효력을 상실하게 돼 정부의 부동산투기 억제대책이 큰 타격을 받게 된다.

<근시적인 극약처방>
◇위헌론=투기로 인한 토지가격의 급격한 상승을 막기 위해 채택한 토지거래 허가제는 그 목적이 아무리 정당하다 하더라도 방법선택 면에서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 침해가 너무 크다.
이는 헌법상 기본권 제한 한계인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다. 이 제도에 의해서 달성하려는「토지투기로 인한 지가상승 억제」라는 공익목적은 예컨대 토지거래 신고제의 확대실시, 등기제도와 조세제도의 개선·보완 등 보다 가벼운 방법으로도 충분히 성과를 거둘 수가 있다.
더욱이 행정관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토지거래를 할 경우 거래자체를 무효로 하는데 그치지 않고 거래자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백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벌칙규정까지 마련하고 있는 것은 공익목적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기본권제한이라고 볼 수 없는 명백한 위헌 규정이다.
행정관청의 토지거래 불허가 결정 때 토지소유자가 도지사를 상대로 행사할 수 있는 토지매수 청구권은 법 형식상 성격과는 무관하게 매수자로 지정된 기관이 예산상의 이유를 내세워 매수를 기피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설령 매수에 응한다 하더라도 매수가격이 법정표준지가 기준으로 되어있어 소유자가 큰 재산상의 손실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는 기본권 침해시 효과적인 권리구제를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법치주의 정신에 위배된다.
「토지공개념」은 초헌법적 개념이 아니며「토지 공개념」을 내세워 토지거래 허가제를 비롯한 모든 혁명적인 토지정책을 정당화시켜서는 안된다. 결국 부의편재·부동산투기는 장기적이고 일관성 있는 분배정책으로 풀어 나가야지 토지거래 허가제와 같은 근시적인 극약처방으로는 곤란하고 더구나 자유민주주의 기본이념까지 손상을 주는 방법을 택해서는 안된다.

<소득배분 정의실현>
◇합헌론=토지는 전국민의 생활기반이 되는 공공자원으로 재생산이 불가능하고 공급이 탄력적으로 이뤄질 수 없기 때문에 투기적 가수요를 적정하게 관리하지 못할 경우 지가상승으로 인해 소득과 자원배분이 균형을 잃는다.
투기적 토지거래는 헌법 23조2항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해야한다」는 규정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 제도는 토지소유권의 처분을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아니고 공공복리에 적합치 않은 투기거래만을 제한하기 때문에 재산권의 본질내용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또 국가는 거래허가를 받지 못한 토지의 소유자를 보호하기 위해 권리구제 수단으로「매수청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매수기관의 예산부족이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으나 토지매수 예산은 정부 예산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한국 토지개발 공사도 매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1천억 원의 예산까지 마련하고 있다.
위반자에 대한 형사처벌은 벌금만으로 투기억제의 실효를 거두기 힘들고 계약을 무효화하는 것만으로 투기근절이 안되기 때문에 불가피하다.
토지거래 허가제는 투기 성행에 따른 사회불안을 해소하고 불로소득을 노리는 일부계층의 투기심리를 사전에 막아 투기발생 가능성을 봉쇄함으로써 균등한 소득배분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다. <김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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