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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케미칼, 가습기살균제 실험 공기청정기 실험으로 속인 정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이사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홍 전 대표는 2002년 출시된 가습기메이트 제조 및 출시 과정의 최종 의사결정을 책임을 졌던 인물로 18일 구속됐다. [뉴스1]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이사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홍 전 대표는 2002년 출시된 가습기메이트 제조 및 출시 과정의 최종 의사결정을 책임을 졌던 인물로 18일 구속됐다. [뉴스1]

가습기 살균제 원료를 제작했던 SK케미칼이 6년 전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 과정에서 법원이 내부 유해성 실험 사실조회를 요청하자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실험'을 '공기청정기 필터 실험'이라고 법원을 속였던 정황이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SK케미칼 6년전 법원 속인 정황 #가습기살균제 관련 독성실험 보고서 #공기청정기 실험으로 속여 처벌피해 #애경은 SK케미칼에 7억원 구상금 청구

당시 논란이 됐던 가습기 살균제 원료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은 공기청정기 필터에선 사용이 가능했다. 이에 SK케미칼이 당시 가습기 살균제 보고서의 제목이 '가습기 청정기'였던 점을 이용해 가습기 살균제 실험을 공기청정기 필터 원료 실험이라 속였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 1월과 3월 SK케미칼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당시 SK케미칼 직원들이 내부TF를 구성해 가습기 살균제 수사와 소송에 대비해 입을 맞추고 증거를 인멸한 정황이 담긴 다수의 이메일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습기 살균제 수사를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권순정 부장검사)는 관련 내용을 바탕으로 SK케미칼이 가습기 살균제 논란이 시작된 2011년 이후부터 살균제의 원료인 PHMG는 물론 CMIT·MIT(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메틸이소티아졸리논)의 유해성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수사에서 핵심 수사 대상으로 지목된 SK케미칼 본사의 모습. [뉴스1]

가습기 살균제 수사에서 핵심 수사 대상으로 지목된 SK케미칼 본사의 모습. [뉴스1]

SK케미칼은 2016년 검찰의 첫 가습기 살균제 수사에서 "옥시에 납품한 화학물질인 PHMG가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사용될 지 몰랐다"며 수사망을 피해갔다. 하지만 검찰은 이 역시도 사실이 아니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있다.

검찰은 지난 18일 애경과 SK케미칼이 제작해 판매한 가습기메이트가 출시됐던 2002년 SK케미칼 대표였던 홍지호 전 대표 역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하며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다.

환경부도 지난 12일 SK케미칼이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 연구보고서를 은폐했다며 SK케미칼과 SK이노베이션 직원들을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2017년부터 시행된 특별법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관련 환경부 조사에서 허위 진술이나 허위 자료를 제출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특별법 시행 뒤 실제 이 조항의 적용을 받은 기업은 SK케미칼이 처음이다.

한편 SK케미칼로부터 원료를 납품받아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했던 애경이 SK케미칼을 상대로 지난주 7억원대의 구상금 청구 소송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노을공원에 위치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추모의 숲'에서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들과 피해자 및 유족들이 나무를 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노을공원에 위치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추모의 숲'에서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들과 피해자 및 유족들이 나무를 심고 있다. [연합뉴스]

구상권은 타인이 부담해야 할 것을 자기가 미리 낸 뒤 이를 타인에게 청구하는 권리이다. 현재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합의를 진행 중인 애경이 SK케미칼에 '합의금'을 대신 내라고 요구한 것이다.

2001년 애경은 SK케미칼과 "제품 판매로 제3자의 생명 및 신체에 손해나 사고가 발생했을때 SK케미칼이 전적으로 책임진다"는 가습기메이트 제조물 책임계약을 체결했다.

애경은 이를 바탕으로 "우린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했을 뿐 유해성은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하지만 SK케미칼은 제조업체의 책임을 강화하는 통상적인 계약일뿐 SK케미칼이 전적으로 모든 책임을 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검찰은 애경이 단순히 가습기 메이트를 판매한 것뿐만 아니라 제조에도 관여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이미 수많은 피해자가 나온 상황"이라며 "책임이 있다고 판단되는 기업에 대해선 철저한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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