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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코피 뿜는 것 처음 봐"···복제견 '메이' 의문의 죽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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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 2월 검역탐지견 '메이'가 서울대에서 동물 실험 중 사망했다.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는 "메이가 실험 과정에서 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메이의 건강했던 모습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지난 2월 검역탐지견 '메이'가 서울대에서 동물 실험 중 사망했다.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는 "메이가 실험 과정에서 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메이의 건강했던 모습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서울대 수의대에서 동물 실험을 받는 동안 학대 의혹이 제기된 복제견 '메이'(수컷)가 지난 2월 숨을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논란이 일자 서울대는 해당 실험을 중지하고 책임 교수를 19일부터 직무정지한다고 밝혔다. 메이에게는 무슨 일이 있던 걸까.

서울대, 이병천 교수 연구 중지 및 직무 정지

메이는 2012년 10월 국내 동물복제 권위자로 알려진 서울대 수의대 이병천 교수팀의 체세포 복제로 탄생한 비글 종 복제견이다. 이 교수는 지난 2005년 당시 황우석 박사와 함께 세계 최초로 복제견 '스너피(Snuppy)'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메이는 2013년부터 농림축산검역본부 인천공항센터에서 검역 탐지견으로 5년간 일했다. 지난해 3월 메이는 다른 검역 탐지견 페브, 천왕이와 함께 서울대 수의대에 동물실험용으로 이관됐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관 8개월이 지난 지난해 11월 21일 '동물실험 윤리 검사 기간이라 잠시 메이를 맡긴다'는 연락과 함께 이전 직장으로 메이가 돌아왔다. 하지만 메이의 모습은 이전과 많이 달랐다. 함께 5년간 일했던 관계자들이 메이를 보고 할 말을 잃을 정도였다고 한다.

메이는 언뜻 보기에도 영양 상태가 의심될 만큼 비쩍 말라 있었다. 당시 관계자가 찍은 동영상 속 메이는 갈비뼈가 다 보일 정도로 앙상했다. 돌아온 지 일주일쯤 지난해 11월 28일, 메이는 다시 서울대 수의대로 돌아갔다. 이후 메이의 소식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개가 코피 뿜는 것 처음 봐”…사인은 ‘자연사’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에 메이 관련 제보가 들어온 건 올 2월이다. 동영상과 사진 속 메이는 비정상적으로 말랐고 생식기가 유독 튀어나와 있었다. 준비해 준 음식을 허겁지겁 먹다가 코피를 뿜는 장면도 있었다.

지난해 11월 농림축산검역본부 인천공항센터로 돌아온 검역탐지견 메이가 허겁지겁 사료를 먹던 중 코피를 뿜고 있다.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지난해 11월 농림축산검역본부 인천공항센터로 돌아온 검역탐지견 메이가 허겁지겁 사료를 먹던 중 코피를 뿜고 있다.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정부윤 비글구조네트워크 실험동물 분과장은 “20년 넘게 반려견을 키웠고 동물구호 활동도 10년 가까이 했지만, 개가 코피를 뿜는 건 처음 봤다”고 말했다. 이상 증세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메이는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했다. 정 분과장은 “영양 부족으로 인한 면역력 저하나 호르몬 이상까지 의심되는 상황이었다”고 기억했다.

16일 비글구조네크워크는 서울대 수의대 측으로부터 메이가 지난 2월 사망했다는 내용을 전달받았다. 이병천 교수는 “메이에게 이유를 모르는 급격한 체중 감소가 나타났고, 부검했지만 사망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사인은 '자연사'라고 했다.

메이의 실험계획서에는 '번식학 및 생리학적 정상성' 분석 실험에 대한 내용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여러 차례 정액을 채취하고 교배하는 등의 실험이 진행했을 가능성이 있다. 중앙일보는 이 교수에게 직접 연락했지만 “조사위원회가 시작돼 의견을 드리지 못함을 이해 바란다”는 답변만 받았다.

수도권 대학의 한 수의학 교수는 “수술이 필요한 경우나 식이(食餌) 실험이 아니면 실험 동물에게 음식을 주지 않는 일은 흔치 않다”며 “설령 음식을 통제하더라도 물 몇회, 식사 몇 회 등 윤리위원회의 엄격한 관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메이가 복제견이기 때문에 이상 증세를 보였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비글구조네트워크는 그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이 단체 관계자는 “복제견의 수명이 짧다고 볼 수 있는 명확한 근거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메이는 이제 6~7살 정도로 사람으로 치면 40대 수준인데 자연사로 보기엔 너무 이른 나이 아니냐”고 안타까워했다.

메이를 알고 있는 관계자에 따르면 이전부터 메이가 건강이 나쁜 건 아니었다고 한다. 그는 “혀가 앞으로 좀 나오는 경향이 있어서 물로 자주 닦아줘야 했던 걸 제외하면 몸무게도 체구도 평균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검역견으로 활동할 때는 “집중력이나 탐지 능력이 좋았다”고 기억했다. 그는 “메이가 무슨 병에 걸렸는지 걱정했지만 이후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사망 소식도 언론을 통해 들었다”고 말했다.

청와대 청원 통해 세상 알려져…서울대 “해당 교수 연구 중지”

비글구조네트워크는 16일 “실험을 즉각 중단하고 남은 비글을 해당 단체 내 실험동물 전용 보호소로 이관해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다. 청원과 언론보도 등을 통해 메이의 사연이 알려지며 19일 오후까지 7만5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청원에 동의했다.

논란이 커지자 서울대는 18일 이 교수의 ‘스마트 탐지견 개발 연구’를 중단시키고 그가 맡은 실험동물자원관리원 원장직 직무를 정지시키지는 행정처분을 내렸다. 이 연구는 농림축산식품부가 발주한 사업으로 2016년부터 21년까지 5년간 예정이었다.

서울대 동물실험윤리위원회와 수의대는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구체적인 학대 증거 등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조사 진행되는 동안 연구 등을 중지하는 게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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