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수구 이미지 날려버릴 것" "변화 위해 미래세력이 맡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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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대표 경선 후보들의 첫 합동 연설회엔 2000명이 넘는 당원이 몰려들었다. 이재오.강재섭 후보의 선두 경쟁, 여타 후보들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순위 다툼으로 달아오른 경선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다.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이.강 후보의 연설 때 가장 많은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 및 최고위원 후보자 합동연설회가 4일 서울 올림픽공원 내 역도경기장에서 열렸다. 권영세.정형근.이재오.강재섭.전여옥.이방호.강창희.이규택 후보(왼쪽부터)가 연설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한나라당 새 대표는 11일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리는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다. 강정현 기자

'서민형 대표'를 앞세운 이 후보는 "대표가 되면 한나라당의 부패.수구.웰빙 이미지를 한꺼번에 날려버리겠다"고 했다. "일요일이면 골프채를 들고 골프장에 가는 대신 자전거로 골목골목을 누비고, 전국의 재래시장을 돌며 서민들과 막걸리를 함께 마시는 서민 대표가 되겠다"는 것이다. 그는 "도덕적으로 강한 야당을 만들어야 한다"며 "내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을 파괴하려는 음모를 온몸으로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강 후보는 "지시 일변도의 구시대적 카리스마가 아닌 화합과 네트워크형 카리스마, 유연하지만 강한 신념, 넓은 포용력을 갖춘 사람이 대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후보가 잡음과 시비 없이 경선 무대에 오르도록 공정하게 경선을 관리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주장이다. 강 후보가 "이 정권이 비열한 정치공작을 펼친다면 광화문 앞에 드러눕겠다"며 넥타이를 풀어 던지고 셔츠 소매를 걷어올리자 객석의 분위기도 한층 뜨거워졌다.

소장.중도파 의원 연합체 '미래모임'의 단일화 후보인 권영세 후보는 "1960년대 라디오 기술자에게 최신형 휴대전화 제작을 맡길 수 없고, 차범근 감독에게 현재 국가대표팀 공격수를 맡길 수 없다"며 "변화를 위해선 미래세력이 대표를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대권 도전 3수생"이라며 "버릴 것을 버리지 못하고 밥그릇 챙기기에만 급급했던 결과"라고 역설했다.

정형근 후보는 "여당의 정치공작에 맞서 대선 후보를 지킬 수 있는 후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박근혜 대표 얼굴에 칼을 댄 살인미수범 배후가 북한 공작원인지, 정치세력이 사주한 건지 분명히 밝혀야 제2, 3의 테러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유일한 여성인 전여옥 후보는 "과거의 무용담만을 이야기하는 낡은 무기로는 정권을 뺏어올 수 없다"며 "내 가슴엔 노무현 정권이 쏜 수백 발의 화살로 가슴에 피눈물이 흐르고 있다. 한나라당은 새로운 신형무기로 무장해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다. 전 후보는 "김대업 1000명이 나타날 때 나만이 목숨을 걸고 세 후보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위의장 출신인 이방호 후보는 "노무현 정권 3년 동안 대한민국은 어느 한 곳 성한 데가 없다"며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책을 내놓는 정책 최고위원이 되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대전 출신의 강창희 후보는 "과거 대선의 승부를 갈랐던 충청권을 확실히 묶어 집권 기반을 공고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유일한 원외 후보인 그는 "원외의 소외된 에너지를 결집해 대선 승리의 한 축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이규택 후보는 "영남당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며 대구 출신의 강재섭 후보를, "약속했던 사학법 개정도 못하면서 당대표가 되겠다는 것은 강아지 한 마리 못 잡으면서 호랑이를 잡겠다는 것"이라고 전 원내대표인 이재오 후보를 겨냥했다.

서승욱.신은진 기자<sswook@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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