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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 가습기 살균제’ SK케미칼 前대표 구속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가습기 메이트'를 제조한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 홍지호 전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습기 메이트'를 제조한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 홍지호 전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해 성분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해 인명 피해를 낸 혐의를 받는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 홍지호(69) 전 대표가 17일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홍 전 대표를 상대로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에 대한 심문을 진행한 뒤 오후 늦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임 부장판사는 “현재까지 전체적인 수사 경과 등에 비춰 보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으므로 피의자에 대한 구속 사유와 그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홍 전 대표는 2002년 SK케미칼과 애경이 함께 출시한 ‘홈크리닉 가습기 메이트’ 제조 및 출시 당시 대표이사를 맡아 의사결정 전반을 책임졌던 인물이다. ‘가습기 메이트’는 2011년까지 9년간 판매됐으며, 옥시의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낸 제품으로 알려진다.

이날 홍 전 대표와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SK케미칼 전 직원인 한모, 조모, 이모씨에 대해서는 법원은 한씨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임 부장판사는 “제품 개발·출시와 사업 인수 및 (제품) 재출시 과정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피의자의 지위 및 역할, 관련자들의 진술 내역, 피의자가 수사에 임하는 태도, 현재까지 수사 진행 경과 등에 비춰 보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2명에 대해서는 구속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들의 영장을 기각했다.

홍 전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 원료 물질에 대한 흡입독성 실험 등을 통해 안전성을 확인한 뒤 제품을 출시해야 하는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SK케미칼은 1994년 국내 최초로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한 유공으로부터 2000년 가습기 살균제 사업 부문을 인수했다. 2002∼2011년에는 SK가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필러물산에 제조를 의뢰해 납품받은 가습기 살균제를 애경산업이 받아 판매했다.

유공은 1994년 첫 가습기 살균제를 출시하는 과정에서 서울대 이영순 교수팀에 흡입 독성 실험을 의뢰했지만,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결과가 도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SK가 이 자료를 통해 인체 유해 가능성을 인지했으면서도 추가 실험 없이 제품을 판매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일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관련 자료를 은폐한 혐의로 박철(53) SK케미칼 부사장을 구속기소한 바 있다.

검찰은 지난해 말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을 재조사하기 시작한 지 4개월여 만에 필러물산(2명), 애경산업(3명), SK케미칼(1명) 전·현직 임원 등 6명을 기소했다. 이 중 4명은 구속기소 됐으며, 홍 전 대표를 포함한 구속자는 6명으로 늘었다. 검찰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지난달 법원에서 기각됐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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