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권순관·박진영·최원준 세 작가의 사진 시간여행 <익선회귀益善回歸>

중앙일보

입력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익선동은 최근 옛것에서 새로움을 찾는 '뉴트로(Newtro)'열풍의 중심에 서 있다. 100여년 전 개화기 시절 모던 경성의 이미지가 재현되다가도 좁은 골목길을 벗어나면 현대 서울의 모습을 마주하게 되는 흥미로운 공간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전시공간 스페이스22는 최근 익선동에 위치한 호텔 다다 지하에 새롭게 공간을 마련하고 개관전으로 <익선회귀益善回歸> 전을 준비했다. 본 전시는 한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들의 그룹전으로 권순관, 박진영, 최원준 3인의 작가가 참여한다.

니체는 그의 책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영겁회귀(永劫回歸:영원한 시간은 원형을 이루고, 그 원형 안에서 우주와 인생은 영원히 되풀이된다)를 설명했다. 지나온 시간의 어느 지점에 서보는 일은 중요하다. 시간여행은 공간을 거슬러 ‘기억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스페이스22 익선의 첫 전시 <익선회귀>는 시간여행의 일환으로 권순관·박진영·최원준의 초기 작업 중 일부를 다시 모아 살펴본다.

전시에 소개되는 작품들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이내에 촬영하고 발표한 작품으로 ‘대형사진, 디지털 프린트, 중성적 거리 두기’ 등의 특징들이 드러나는 시기의 작업들이다. 당시 사진계는 대형사진들이 중심에 파고들었고, 그에 대한 논쟁적 논의가 한창이던 시기였다.

권순관. <영역으로부터 고립되다> [사진 스페이스 22]

권순관. <영역으로부터 고립되다> [사진 스페이스 22]

권순관. <영역으로부터 고립되다> [사진 스페이스 22]

권순관. <영역으로부터 고립되다> [사진 스페이스 22]

권순관의 <영역으로부터 고립되다>는 겉으로 보기에는 대형 도시 풍경 사진처럼 보인다. 빌딩의 창문 안쪽이나 버스 정류장에 특정한 인물이 일상적 행위를 하는 장면이 풍경 속에 숨어 있다. ‘전화통화 후 한참을 고개를 떨구고 앉아있는 줄무늬 티셔츠의 남자', '교통안내 표지판을 유심히 바라보는 여자와 서류봉투로 얼굴을 가리고 이를 훔쳐보는 남자', '도넛츠를 앞에 두고 우두커니 앉아있는 여자', '아파트 발코니에 서서 밖을 내다보는 남자와 아무런 말 없이 남자를 바라보는 여자’처럼 작품명은 지시 기능을 한다.

박진영. <가난한 여행> [사진 스페이스 22]

박진영. <가난한 여행> [사진 스페이스 22]

박진영. <가난한 여행> [사진 스페이스 22]

박진영. <가난한 여행> [사진 스페이스 22]

박진영의 <가난한 여행>은 기발표 작업과 미발표 작업이 섞여 있다. 그중 ‘히다마리’라는 제목으로 전시되었던 작품들이 포함되어 있다. 일본어 히다마리는 ‘찬란한 빛’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데, 작가가 찍은 대상을 보았던 순간의 감흥을 의미한다. 책, 맥주 깡통 등의 사소한 사물들에 빛이 떨어지면서 시적 감흥을 유발한다.

최원준. <언더그라운드> [사진 스페이스 22]

최원준. <언더그라운드> [사진 스페이스 22]

최원준. <언더그라운드> [사진 스페이스 22]

최원준. <언더그라운드> [사진 스페이스 22]

최원준의 <언더그라운드> 연작은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진행한 작업으로 도시개발의 상징인 서울 지하철의 변화를 추적했다. 2004년부터 진행된 보수공사를 통해 70~80년대에 건설된 1기 지하철(1~4호선) 역사의 감춰진 모습이 담아냈다. 그의 작업은 대상 자체보다는 기법과 시선, 디테일과 분위기 묘사가 중심이 된다. 이른바 세계의 결정적 순간이 아닌 비결정적 순간을 사진적 방식으로 이미지화하고 있다.

전시는 오는 5월 18일까지 스페이스22 익선(서울특별시 종로구 익선동 46 호텔 다다, B1)에서 진행된다. 관람 시간은 월~일 10:00~19:00.

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