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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김정은과 회담 빨리 갈 필요 없다” 장기전 태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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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도널드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차 북·미 정상회담 시한을 연말로 명시한 데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빨리 갈 필요가 없다”고 맞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해 “나는 빨리 가고 싶지 않다. 빨리 갈 필요가 없다(I don’t want it to move fast. It doesn’t have to move fast)”고 말했다.

김정은 “회담 연말 시한”에 맞대응 #늦더라도 완전한 비핵화 메시지 #북·미 대화 당분간 교착 불가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네소타주 번스빌에서 세제 개혁을 주제로 열린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회의에 참석, “지금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고 우리는 좋은 관계다. (대북) 제재는 그대로이며 억류됐던 이들은 돌아왔고, (미군) 유해는 돌아오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미국이 요구해 온 ‘완전한 비핵화’의 일괄타결 방안에 북한이 동의할 때까지는 회담 시기를 개의치 않겠다는 메시지를 내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1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언급한 ‘올바른 딜(right deal)’과도 일맥상통한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스몰딜이 있지만 우리가 이야기할 것은 빅딜”이라고 말했다. 빅딜은 북한의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등의 일괄폐기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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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김 위원장이 언급한 새로운 길’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적으로 진전을 보겠다고 결심했다”며 “김 위원장이 연말까지 3차 회담을 하자고 했지만 그 전에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비핵화 없이 제재 해제는 없다’는 미국의 원칙을 재확인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나도 북한의 제재가 사라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 말은 비핵화가 이뤄졌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라고 발언했다.

북·미 정상이 각각 “기다리겠다” “빨리 가지 않겠다”는 말을 주고받음에 따라 당분간 협상 교착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김 위원장은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경제제재 해제에 매달리지 않겠다”며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리겠다”고 압박했다.

김 위원장의 ‘용단’ 요구에 트럼프 대통령이 ‘급할 것 없다’는 입장을 알리면서 북한이 군사 분야에서 대미 압박 카드를 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김 위원장의 ‘용단’ 발언 이후 16일까지 북한의 대외 선전매체들의 한·미 군사 분야 조치에 대한 언급 빈도가 많아졌다. 재일 조총련계 조선신보는 14일 “하노이 회담에서 조선(북한)은 트럼프 행정부가 군사 분야 조치에 착수하기 부담스러울 것이라 보고 유엔 제재 해제로 제안한 것”이라며 “미국이 제재 해제를 안 하겠다면 다른 행동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우선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이 한반도 주변부의 핵잠수함 전개 등 미국의 ‘핵우산’으로 불리는 확장 억제와 관련된 문제들을 들고나올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지적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하노이에서 제재 해제에 매달리면서 약점을 노출한 만큼 미국의 괌 배치 전략자산 전개 금지나 철수 등 높은 수위의 군사조치를 요구한 뒤 제재 완화를 얻어내는 수순으로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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