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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생 받고 측근 넣었다···여연 인사, 황교안의 절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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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취임후 첫 당내 갈등이었던 여의도연구원 인사 논란을 큰 탈 없이 수습하면서 첫 고비를 넘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3월 10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컨벤션홀 1층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부산시당 자유시민 정치박람회'에서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3월 10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컨벤션홀 1층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부산시당 자유시민 정치박람회'에서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한국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하 ‘여연’)은 15일 당연직 이사장인 황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사회를 열고 부원장단 5명 선임 안건을 의결했다. 제1부원장에는 지난해 8월 임명된 송언석 의원이 유임됐고, 제2부원장에는 박진호 경기 김포 갑 당협위원장이 전격 발탁됐다. 박 부원장은 1990년생으로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 중앙당 대학생위원장을 지냈으며, 지난 2‧27 전당대회에서 청년 최고위원에 출마했던 ‘젊은 피’다. 이외 부원장으로는 이태용 전 국무총리 비서실 민정실장, 조청래 여연 연구위원, 박찬봉 전 민주평화통일위원회 사무처장이 임명됐다.

대표 취임 이후 2달 가까이 공석이었던 여연 부원장 인선 과정에서 황 대표가 개혁 이미지와 당 장악력을 적절히 조율하는 정치력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연 관련 당규 제6조 5항에 따르면, 여연 부원장은 원장이 추천해 이사회가 선임하도록 돼 있다. 당초 개혁성향이 강한 김세연 여연 원장은 전당대회에서 태극기 부대에게 “(대표출마한) 김진태를 데리고 당을 나가라”며 강한 개혁 목소리를 냈던 조대원 경기 고양 정 당협위원장을 상근부원장에 내정했다.

그러나 지난 달 19일 열리기로 예정됐던 이사회 의결이 당일 돌연 보류됐다. 당시 황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이사회 연기에 대해 “좀 더 살펴볼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당 지도부가 전당대회에서 태극기 부대와 ‘5‧18 폄훼발언’ 3인방 퇴출 등을 주장한 조 위원장 임명에 부담을 느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당내에선 조 위원장 임명이 보류된 상근부원장 직에 황 대표의 총리 시절 비서실 민정실장을 지내 최측근으로 꼽히는 이태용 전 실장이 임명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당헌‧당규상 상근부원장직은 따로 규정돼 있진 않지만, 통상 원장이 지정해 현역 의원인 원장이 공석일 때 업무를 주도적으로 지휘하는 역할을 해왔다. 조 위원장과 이 전 실장 중 누구를 상근부원장에 임명할 것인지 여부를 두고 황 대표와 김세연 원장이 충돌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양측의 대립이 심해져 김 원장이 사퇴하는 일이라도 생기면 황 대표 체제는 시작부터 상당한 흠집이 날 수 밖에 없었다.

15일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제2부원장에 임명된 박진호 자유한국당 전 청년 최고위원 후보가 지난 2월 27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15일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제2부원장에 임명된 박진호 자유한국당 전 청년 최고위원 후보가 지난 2월 27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그런데 이날 발표된 인선에선 논란이 됐던 조 위원장을 빼는 대신, ‘상근’ 개념을 없애는 절충안이 나왔다. 여연 이사회는 젊은 신인인 박 위원장을 제2부원장에 임명해 개혁 이미지를 살리면서 황 대표의 측근인 이 전 실장을 부원장단에 포함시켰다. 황 대표와 김 원장 모두의 체면을 살리는 타협점을 만든 셈이다. 당 핵심관계자는 “상근부원장이란 개념 없이 제1부원장이 원장이 공석일 때 업무를 맡는 것으로 결정됐다. 향후 부원장들이 어떤 역할을 할지는 철저히 원장의 재량”이라고 전했다.

김 원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박 위원장은 제가 직접 제2부원장에 추천했다”며 “국민들에게 우리 당이 중도층과 2030 세대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당으로 변화한단 것을 보여드리고자 했다”고 말했다. 한달 가까이 끌었던 여연 인선이 정리되면서 ‘황교안 체제’는 지명직 최고위원 1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진용이 짜여졌다.
성지원·임성빈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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