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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부부, '물린 개미'일까 '작전세력'일까...여의도에 물어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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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김경록 기자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김경록 기자

이미선(49)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주식투기' 논란 관련,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이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고발 조치를 예고했다. 내부정보를 이용한 불법거래와 이해충돌이 의심된다는 취지다.

앞서 YTN은 주광덕 의원실과 함께 이 후보자 부부의 주식 보유 내역을 분석한 결과 이 후보자의 남편인 오충진 변호사가 OCI 계열사인 삼광글라스의 중요 공시와 공정위 적발 등을 전후해 수차례 주식을 대량 매수하거나 매도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특히 오 변호사가 삼광글라스 주식 3700주를 매도한 시점이 삼광글라스의 거래 정지 2주 전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주 의원은 이에 대해 “이 후보자 남편의 주식 거래는 전형적인 주가조작 작전세력의 패턴을 보이고 있다”며 “당시 개미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 후보자는 더는 국민이 눈물짓지 않도록 즉시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후보자의 남편 오충진 변호사는 지난 11~13일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연이어 게재하며 자신을 "물린 개미"라고 주장, 주 의원을 상대로 맞장 토론도 제안하는 등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이 논란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테크·삼광글라스, 이 후보자 매입 전 수배 뛰어"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자산 중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이테크건설 주가. 12일 9만9600으로 마감했다. [사진 네이버금융]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자산 중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이테크건설 주가. 12일 9만9600으로 마감했다. [사진 네이버금융]

15일 연합뉴스는 증권업계를 인용해 이 후보자 부부가 대량 보유해 주목 받은 이테크건설과 삼광글라스가 매입 몇달 전부터 증권가의 주목을 받아 상승세였다고 보도했다.

두 종목은 이 후보자 부부가 대량 매입을 시작한 시점보다 훨씬 전인 2014년부터 2015년 중반까지 수배 가까이 주가가 급등한 바 있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 등에 따르면 이들 부부가 이테크건설 주식을 본격 매입한 시점은 2015년 8월, 삼광글라스는 2017년 12월부터다.

이테크건설 주가는 그에 앞서 2014년 1월 2일 4만2750원(종가 기준)에서 그해 12월 30일 10만5700원으로 두배 이상 폭등했다. 이어 2015년 6월 9일 23만8900원까지 약 5.6배로 폭등했다.

삼광글라스도 2014년 1월 2일 4만6000원에서 2015년 6월 24일 11만9500원까지 약 2.6배로 뛰어올랐다.

"'군장에너지' 호조에…증권사 '매수' 보고서 수십건" 

서울 여의도공원 앞 증권사 모습. [중앙포토]

서울 여의도공원 앞 증권사 모습. [중앙포토]

주가 급등 이유는 이테크건설과 삼광글라스가 지분을 대량 보유한 열병합 발전소 운영사 군장에너지의 실적이 호조세였기 때문이다. 2014년 군장에너지의 영업이익은 653억원으로 전년보다 29.8% 늘었다.

당시 증권사들도 이런 상황에 주목하면서 이 회사 지분 47.7%를 보유한 대주주 이테크건설과 25.0%를 갖고 있는 삼광글라스에 대해 연이어 '매수' 투자의견을 냈다는게 증권업계의 설명이다.

삼광글라스에 대해서는 2014년 8월 25일부터 '매수' 의견(당시 미래에셋증권)이 나왔다. 교보증권은 2016년 6월 14일 '군장에너지를 보면 삼광글라스가 달리 보인다'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군장에너지 실적이 대폭 증가하고 있다"며 이 회사 가치를 1조4000억원~1조6000억원 수준으로 평가했다.

이테크건설에 대해서도 메리츠종금증권이 2015년 2월 23일자 보고서에서 중소형 건설사 중 추천종목으로 제시했다. 하나금융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이테크건설의 경우 연결기준 영업이익 1453억원 가운데 78.5%가 군장에너지 영업이익으로 추산됐다.

증권사들은 2014년부터 작년까지 삼광글라스에 대해 총 19개, 이테크건설에 대해 5개의 보고서를 각각 냈는데 모두 군장에너지를 핵심 투자 포인트로 언급했다.

증권사 연구원 "종목 샀다는 것만으로 단정 어려워"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2015년이면 이미 군장에너지의 가치가 시장에서 상당히 알려져 이테크건설이 신재생에너지 대표종목 중 하나로 부각된 시점"이라며 "특히 중소형주 가치투자에 관심 있는 투자자들에게 매우 유명한 종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테크건설 실적을 통해 군장에너지 실적이 시장에 잘 알려졌기 때문에 군장에너지 상장시 수혜 가능성도 투자자들이 충분히 생각할 수 있었다"며 "내부정보 이용 여부는 조사해봐야 알 수 있겠지만, 이들 종목을 샀다는 이유만으로 비정상적 투자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오른쪽 두번째)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부부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송언석, 이만희, 최교일, 이양수 자유한국당 의원. [뉴스1]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오른쪽 두번째)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부부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송언석, 이만희, 최교일, 이양수 자유한국당 의원. [뉴스1]

한편 자유한국당은 15일 이 후보자 부부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 등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방문해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부부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후보자의 내부정보 이용 주식거래 의혹 관련한 조사요청서를 금융위원회 김진홍 자본시장조사단장에게 전달했다.

이에 따라 내부정보 이용 여부는 당국의 조사나 수사로 확인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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