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無黨籍 대통령이 성공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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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노무현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으로 한국 정치는 경험해보지 못한 새 국면을 맞게 됐다. 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탈당한 전례는 있지만, 이들은 집권 말기 밀려나다시피 당을 떠난 것이다.

盧대통령은 불과 집권 7개월 만에, 그것도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당적을 포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국회의 관계가 정상화할 수 있을지, 권력 누수현상이 정권 초기부터 시작되는 건 아닌지, 산적한 국정과제는 계속 표류하는 게 아닌지 많은 국민은 걱정하고 있다.

우선 盧대통령이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국회에 대해서는 인내심을 갖고 최선을 다해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특정 정당을 반개혁세력으로 몰아붙이는 행태가 계속되는 한 국회의 협조를 얻어낼 수 없고, 국민도 감동하지 않는다.

청와대 대변인이 밝힌 것처럼 대통령이 주요 국정과제와 경제.민생문제에 전념한다면 정치권이 발목을 잡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의 신당 입당 여부를 정기국회 후 판단하겠다는 자세는 기회주의적 발상이다. 양단 간에 분명히 결정해야 또 다른 시빗거리가 생기지 않는다.

민주당도 盧대통령을 마냥 비난만 할 입장은 못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내세워 호남 주민을 볼모로 삼아 기득권 유지나 하려는 게 아닌지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최초의 국민경선으로 뽑은 자기당 대선후보의 지지도가 떨어지자 '반노, 비노'하면서 후보를 바꾸려고 했던 것이 오늘의 사태를 초래한 원인이 됐다. 민주당을 떠난 신당보다 앞선 정치개혁을 이뤄내 내년 총선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야 민주당을 고수한 정당성이 입증된다.

신당이 민주당을 없어져야 할 정당쯤으로 폄하하는 것은 정치 도의상 옳지 않다. 미우니 고우니 해도 한 우물을 먹었던 사이 아닌가. 그렇다고 이제 와서 민주당과 도로 합칠 수도 없다. 남은 길은 탈당 때 명분을 내걸었던 대로 정치개혁을 제대로 해내는 것밖에 없다. 대통령은 국정에 전념하고, 정치는 정당에 맡겨두는 것이 현 정치상황의 유일한 타개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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