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어민 교사 순환 수업하면 아이들 발음 스트레스 확 줄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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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어민 교사에 의해 수업이 진행되는 영어 유치원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들이 가장 염려하는 부분이 바로 원어민 교사 문제다. 학부모들이 원어민 교사와 관련해 가장 크게 걱정하는 것은 자질 문제일 것이다. 가끔 뉴스를 통해 보도되는 것처럼 몇몇 자질 없는 원어민 교사들이 빚어내는 추태와 범죄는 학부모들을 불안하게 한다.

그래서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도 원어민 교사 채용과 관련해 한층 강화된 서류심사를 적용하며 강사비자(E-2 비자) 발급을 엄격하게 하고 있다. 영어권 국가에서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한 사람에게만 강사비자가 발급되고, 위조서류 제출을 방지하기 위해 외국대학교에서 직접 발급하고 밀봉한 상태로 우송한 성적증명서를 반드시 제출하도록 규정했다. 비자발급이 까다롭다 보니 한국에서 교사 경험이 풍부하고 우수한 영어교사의 경우 급여수준과 복리수준이 점점 높아져 예전보다 학원의 부담이 크게 늘었다.

정식으로 강사비자를 소지하고 자질도 우수한 원어민 교사에 의해 수업이 진행되더라도 학부모들이 교사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바로 교사의 잦은 교체 문제다. 우리나라 학기제는 3월에 시작해 2월에 종료한다. 유치원 학기제도 마찬가지다. 그렇다 보니 유치원에서도 3월 신학기에 담임을 맡은 교사가 2월까지 계속 가르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영어 유치원의 경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영어 유치원은 모두 학원운영규정을 따르게 되어 있다. 매달 등록하고 수강하는 것이다. 수강생 모집에 따라 개설되는 클래스가 결정되므로 어떤 반은 1월에 개설되기도 하고 어떤 반은 6월에 개설되기도 한다. 개설되는 클래스에 따라 출입국사무소에서 비자발급을 허가해 준다. 그러다 보니 교사가 채용되는 시점이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또 원어민 교사의 근무연한은 채용된 시점부터 1년이기 때문에 3월 신학기부터 2월까지 1년 근무를 보장할 수 없다.

대부분의 영어 유치원에서 아이들은 교사가 바뀌는 것을 경험한다. 유치부의 경우 담임교사가 바뀌면 그동안 아이들과 쌓아온 애착 관계와 신뢰관계가 사라지고 새로운 교사가 새로운 수업스타일로 가르치므로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문제다. 이러한 병폐를 없애기 위해 우리 원에서는 교사 순환 수업제를 운영하고 있다. 원어민 교사가 담임으로 각자 맡은 반이 있지만 여러 과목을 분산해 여러 교사가 공동으로 순환하며 가르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교사 한 명이 바뀌더라도 아이들이 느끼는 수업 변화나 교사들과의 애착 관계에 큰 문제가 없다.

또 다른 이점은 풍부한 영어권 국가의 발음과 표현을 익힐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강사로 근무하는 원어민 교사들은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 출신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언어민감기에 있는 아이들은 특정 영어권의 교사만 접하면 그 발음에만 익숙하게 된다. 아이들이 다양한 영어권 국가의 교사들과 함께 풍부한 영어발음을 익히는 것이 글로벌 의사소통 수단으로 영어를 익히는 최선의 방법이다.

교사 순환 수업제는 원어민 교사의 변동에 따른 수업의 질적 저하나 아이들이 받는 스트레스를 줄이면서 동시에 단일어 사용국인 우리나라에서 풍부한 영어를 습득할 수 있게 해주는 매우 유용한 시스템이다. 그러나 이 같은 시스템이 성공하려면 치밀하고 탄탄한 통합교육 커리큘럼과 교사들의 열정을 이끌어낼 수 있는 환경구성이 필수적이다. 치밀하게 짜인 커리큘럼 없이 교사만 순환시킨다면 아이들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시스템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기엽 워릭영어학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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