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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속 뇌, 여러 영역이 서로 ‘대화’하고 부대끼며 작동한다

중앙일보

입력

뇌 영역 간 네트워크 구축 모식도. 조광현 KAIST 교수 연구팀은 미국국립보건원 (NIH) 휴먼 커넥톰 프로젝트 (Human Connectome Project)에서 제공하는 뇌영상 이미지 데이터를 활용하여 정상인 100여명에 대한 개별 뇌 영역 간 네트워크와 정상인의 평균적인 뇌 영역 간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그래픽제공=KAIST]

뇌 영역 간 네트워크 구축 모식도. 조광현 KAIST 교수 연구팀은 미국국립보건원 (NIH) 휴먼 커넥톰 프로젝트 (Human Connectome Project)에서 제공하는 뇌영상 이미지 데이터를 활용하여 정상인 100여명에 대한 개별 뇌 영역 간 네트워크와 정상인의 평균적인 뇌 영역 간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그래픽제공=KAIST]

인간의 뇌가 지식과 정보를 처리하는 ‘제어구조’가 처음으로 밝혀졌다. 기존에는 뇌의 다양한 기능이 서로 분리된 특정 뇌 영역에서 비롯된다는 관점이 과학계의 주류였지만, 이번 연구에서 제어를 담당하는 여러 뇌 영역이 서로 중첩돼있으며 상호작용한다는 구조가 밝혀졌다. KAIST는 9일 조광현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연구진이 진행한 이번 연구가 국제학술지 아이사이언스에 게재됐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 같은 뇌의 상호작용이 인지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각 영역을 활성화하는 과정이라는 사실도 알아냈다.

조광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연구진 #“뇌, 분리돼있지만 중첩된 특이구조” #뇌 영역은 ‘각자도생’ 아닌 상호작용 #도로망·소셜네트워크와 뇌연결 달라 #IT·BT 융합해 새 인공지능 탄생 가능

최근 뇌의 다양한 인지기능이 뇌의 각 영역 사이의 복잡한 연결을 통해 이뤄진다는 의견이 떠오르면서, 세계적으로 뇌 연결성을 파악하기 위한 ‘커넥톰(Connectome)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연구진은 “뇌 영역이 복잡하게 연결되어있다는 것은 파악되고 있지만, 정작 네트워크가 어떻게 동작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극히 부족한 상황”이라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뇌 속에 숨겨진 제어구조가 어떻게 효율적으로 정보처리에 관여하는 지 파악된 내용은 전혀 없었다.

조광현 교수 연구팀은 뇌 영역 사이의 복잡한 연결성에 내제되어 있는 뇌의 제어구조를 규명했다. 뇌는 도로망, 통신망, 소셜네트워크 등 실세계에 존재하는 여러 네트워크들과 매우 다른 특별한 제어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뇌의 이러한 제어구조는 인지기능 수행을 위한 강건하면서도 효율적인 정보처리 능력의 근간이 됨을 밝혀냈다. [그래픽제공=KAIST]

조광현 교수 연구팀은 뇌 영역 사이의 복잡한 연결성에 내제되어 있는 뇌의 제어구조를 규명했다. 뇌는 도로망, 통신망, 소셜네트워크 등 실세계에 존재하는 여러 네트워크들과 매우 다른 특별한 제어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뇌의 이러한 제어구조는 인지기능 수행을 위한 강건하면서도 효율적인 정보처리 능력의 근간이 됨을 밝혀냈다. [그래픽제공=KAIST]

연구진은 이 같은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미국 국립보건원(NIH) 휴먼 커넥톰 프로젝트’에서 제공하는 정상인의 뇌 영상 이미지 데이터를 이용해, 뇌 영역간 네트워크를 재구축했다. 특히 이 네트워크를 제어하는 데는 뇌의 각 영역이 공동으로 관여해야 한다는 점에 착안해, 제어에 필요한 최소한의 뇌 영역들의 집합인 ‘최소지배집합’ 개념을 토대로 네트워크 제어 구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인간의 뇌는 도로망·통신망·소셜 네트워크와 달리 제어영역이 분산된 동시에 중첩돼있는 특이한 구조라는 것이 최초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이를 '분산 및 중첩 제어 구조’라고 이름 붙였다. 뇌의 각 영역이 따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대화’하고 부대끼면서 서로 기능을 활성화한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연구를 진행한 조광현 교수는 “뇌 네트워크의 설계원리를 시스템생물학 연구를 통해 찾아냈다”며 “뇌의 동작 원리를 파악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시스템생물학은 정보통신기술(IT)과 생명공학기술(BT)의 융합 분석을 통해 복잡한 생명 현상이 단일한 인자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것임을 이해하기 위한 학문이다. 연구진은 “이 같은 접근을 통해 뇌 네트워크의 구조를 분석하면 컴퓨터 과학자들이 새로운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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