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원에도 네타냐후 고전…이스라엘 총선 출구조사 박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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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총선 투표장 외부에 네타냐후 총리의 사진과 이스라엘, 미국 국기가 함께 그려진 깃발이 등장했다. 네타냐후에게 트럼프 미 대통령의 지원은 대표적인 선거 전략이었다. [EPA=연합뉴스]

이스라엘 총선 투표장 외부에 네타냐후 총리의 사진과 이스라엘, 미국 국기가 함께 그려진 깃발이 등장했다. 네타냐후에게 트럼프 미 대통령의 지원은 대표적인 선거 전략이었다. [EPA=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치러진 이스라엘 총선의 출구 조사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리쿠드당과 베니 간츠가 이끄는 중도정당연합 청백당(Blue and White)이 박빙의 승부를 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네타냐후가 5선에 성공해 최장수 총리가 될 수 있을 지는 개표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비리 의혹 네타냐후 신임투표 성격 #美 노선 뒤집은 트럼프에 기댔지만 #출구조사서 중도연합 간츠와 접전 #정확성 떨어져 개표 지켜봐야 윤곽 #

 이번 선거는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국민 신임투표나 마찬가지였다. 부패 의혹에 휩싸인 네타냐후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막후 지원이 가장 큰 선거 동력이었지만, 명백한 승리를 거두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AFP통신 등이 투표 종료 직후 발표된 이스라엘 방송사 3곳의 출구 조사를 집계한 데 따르면 집권 리쿠드당이 전체 120석 가운데 33~36석을 얻을 것으로 예측됐다. 이스라엘군 참모총장 출신인 간츠의 청백당은 36~37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됐다. 출구 조사에서 우열이 가려지지 않아 개표 결과가 나와야 최다 득표 정당이 가려지게 됐다.

네타냐후의 경쟁자로 부상한 중도정당연합 청백당의 베니 간츠 대표 [AP=연합뉴스]

네타냐후의 경쟁자로 부상한 중도정당연합 청백당의 베니 간츠 대표 [AP=연합뉴스]

 양 측은 서로 승리를 주장했다. 간츠 대표는 성명에서 “우리가 이겼다. 이 선거는 승자가 분명하고 패자도 분명하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도 “이스라엘 국민의 신뢰가 고맙다. 오늘 밤 파트너들과 우파 정부를 만들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총선에서 과반을 차지한 정당은 나온 적이 없다. 늘 연립정부가 꾸려져 왔다. 이스라엘에는 다양한 군소 정당이 있다. 이번 총선에도 40개 이상의 정당이 참여했다. 이들 정당 중 몇 개가 3.25% 이상을 득표해 의회에 진출할지도 개표 결과를 봐야 알 수 있다.

이스라엘 총선은 네타냐후에 대한 신임투표나 마찬가지였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 총선은 네타냐후에 대한 신임투표나 마찬가지였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 법에 따르면 총선 직후 레우벤 리블린 대통령이 연정 구성 가능성이 높은 당수를 총리 후보로 지명하고 연정 구성권을 준다. 가디언은 접전이 펼쳐졌지만, 연정을 구성하는 데에는 네타냐후 총리가 유리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텔레그래프는 청백당이 명백하게 다수 의석을 확보할 경우 간츠에게 먼저 연정 구성 권한이 주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네타냐후는 보수 강경파로, 1996년부터 1999년까지 총리를 지냈다. 2009년 두 번째 총리직에 오른 뒤 계속 집권하고 있다. 이번에 다시 총리를 차지하면 역대 최장수 총리가 된다.

 하지만 지난 2월 이스라엘 검찰은 네타냐후 총리를 뇌물수수와 배임 및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궁지에 몰리자 네타냐후는 유대 민족주의와 안보를 부각해 보수층 결집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EPA]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EPA]

 그를 돕고 나선 게 트럼프 대통령이다. 역대 어느 미국 대통령도 동의하지 않았던 사안을 이스라엘 우파의 요구대로 수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고 미 대사관을 이전했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중단했다. 워싱턴에 있던 팔레스타인 외교 사무소를 폐쇄하고 서안과 가자지구에 있던 미국 영사관도 닫았다. 2차 대전 이후 점령지를 영토화하는 것을 금지한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무시하고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했다. 네타냐후는 선거전 내내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조처를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웠다.

 사실상 국민의 신임투표에 해당하는 이번 총선에서 네타냐후는 출구 조사 결과 명백한 지지를 얻지 못한 것으로 나왔다. 이스라엘의 출구 조사 결과는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 결과는 어느 쪽으로든 기울 수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역대 최장수 총리에 오를 수 있을 지는 개표 결과에 달려 있다. [AP=연합뉴스]

역대 최장수 총리에 오를 수 있을 지는 개표 결과에 달려 있다. [AP=연합뉴스]

 간츠 대표는 2011∼2015년 군 참모총장을 지냈고 참신한 이미지로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 2월 TV 앵커 출신 정치인 야이르 라피드와 손잡고 청백당을 꾸렸다. 간츠는 안보 문제에서 네타냐후와 경쟁하면서 ‘깨끗한 정치'를 내세워 차별화하는 전략을 썼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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