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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제도 잇는 천사대교 “다도해 절경에 와~ 탄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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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 4일 개통된 ‘천사대교’는 1004개의 섬으로 이뤄진 전남 신안군의 지형을 상징하는 명칭이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4일 개통된 ‘천사대교’는 1004개의 섬으로 이뤄진 전남 신안군의 지형을 상징하는 명칭이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4일 오전 전남 신안군 ‘천사대교’. 차량 문을 내린 채 다리를 내달리던 자동차 안에서 “와” 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바다 위를 날아가는 형상을 한 교각 너머로 다도해의 절경이 펼쳐져서다. 푸른 바다를 가로지르는 7.2㎞의 다리 외관은 인근 섬들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뤘다.

신안 압해~암태 해상대교 4일 개통 #바다 위 7.2㎞ 가로지르는 교량 #국내 첫 주탑 3개 이어붙인 현수교 #차량 접근 개선에 관광 활성화 기대

남해안과 다도해의 교통망을 뒤바꾼 신안 천사대교가 개통됐다. 2010년 9월 첫 삽을 뜬 후 104개월에 걸친 토목공사 결과물이다. 목포 쪽에서 다리로 연결된 압해도부터 인근 섬을 잇는 다리는 암태도와 주변 7개의 섬을 육지로 바꿔 놓았다. 다리 개통으로 기상악화 때면 발이 묶였던 섬 주민 생활과 관광여건이 크게 개선됐다. 그동안 2~4시간이 걸리던 목포·광주까지 소요시간도 각각 1시간, 1시간30분 대로 단축됐다. 주민 정찬일(61·암태면)씨는 “조금만 비바람이 불어도 뭍 구경은 엄두도 못 냈는데, 상상도 못 했던 일이 현실이 됐다”고 했다.

천사대교는 공사비 5814억 원이 투입된 기록적인 건축물이다. 다리 외관만 보면 현수교(懸垂橋)와 사장교(斜張橋)를 합쳐놓은 모양이 시선을 끈다. 바닷물의 흐름과 수심, 선박 이동 동선 등을 고려한 첨단 공법이다. 현수교는 영종대교처럼 양쪽 교각에서 케이블을 늘어뜨린 후 다리 상판을 연결하는 다리다. 사장교는 인천대교처럼 높은 교각의 양쪽에서 케이블을 우산같이 비스듬히 내려 다리를 지탱한다. 국내 교각 중 현수교와 사장교를 함께 적용한 곳은 천사대교가 유일하다.

전남 신안군 ‘천사대교’ 개통

전남 신안군 ‘천사대교’ 개통

바다 위 10.8㎞를 가로지르는 해상도로 규모도 감탄을 자아낸다. 이중 교량 구간인 7.2㎞는 인천대교·광안대교·서해대교에 이어 국내 4번째로 길다. 또 1.75㎞인 압해도 방면 현수교는 국내 다리 역사를 새로 썼다. 바다 위에 3개의 주탑을 연속해서 이어붙인 다경간(多徑間) 현수교를 최초로 적용했다.

바다 방향인 암태도 쪽에 세워진 사장교는 높고 낮은 교각을 세운 고저(高低) 주탑 방식이 첫 적용됐다. 다리 길이는 1004m로 만들어 1004개의 섬으로 이뤄진 신안군(14개 읍·면)의 지형을 형상화했다. 당초 ‘천사대교’란 명칭도 신안의 지형을 반영해 지어졌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인 하의도는 1004개 섬 중 하나다.

사장교 중 다이아몬드형 구조물을 적용한 주탑(195m)은 천사대교 상징물이다. 마름모꼴인 신안의 지형을 본뜬 ‘다이아몬드제도’를 형상화했다. 이곳에는 자은·암태·팔금·안좌·장산·신의·하의·도초·비금 등 9개의 섬이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모여 있다. 천사대교 개통은 남해안 관광의 기폭제로 평가받고 있다. 목포와 연륙교로 이어진 압해도부터 다이아몬드제도의 관문인 암태도까지 차량 여행이 가능해져서다. 다리가 개통되면서 암태·자은·팔금·안좌도는 육지까지 도로로 연결됐다. 현재 4개 섬에는 9181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천사대교의 효과는 지난 2월 임시개통 때 확인된 바 있다. 설 연휴 때인 2월 1일부터 7일까지 총 9만1274대의 차량이 이용했다. 당시 천사대교에는 귀성객 외에도 다리를 구경하려는 관광객까지 몰리면서 인접도로까지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하루 평균 1만3039대가 다리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인근 섬 지역 식당들의 식재료가 바닥나기도 했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천사대교와 연결되는 인접도로 확충과 리조트 건설 등이 이뤄지면 남해안의 관광지도가 크게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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