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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입양아-모국을 배우러 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외국인 양부모를 따라 어린 나이에 한국을 떠나야 했던 해외 입양아들이 이제 어엿한 청년의 모습으로 고국을 알기 위해 돌아왔다.
미국·스위스·노르웨이·서독·벨기에·덴마크 등 9개국에서 1∼4명씩 모두 24명의 입양아 (고등학생·대학생)들은 이번에 문교부가 처음으로 마련한 「홈 커밍 프로그램」 (해외 입양 자녀 연수)에 참가해 때로는 그립고, 때로는 한 맺혔던 고국의 면면을 알기에 여념이 없다.
재외 공관이 각 지역에서 선정한 이들 입양아들은 지난달 29일부터 오는 12일까지 서울을 비롯, 설악산·천안 독립기념관·경주·용인민속촌 등에서 한국의 문화와 역사, 경관을 돌아보고 한국어 교육도 받으며 설렘과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고아원을 전전하다 입양 기관인 홀트 아동 복지회에 의해 6살 때 노르웨이로 입양된「닥·한센」군 (23·노르웨이 경영 대학)은 한국에 도착해 『처음에는 묘한 충격과 고국에서 혈육을 찾을 수 없다는 무기력 감을 느꼈으나 이제 조금 편안한 마음이 됐다』고 말한다.
교사와 전화 교환원 부부에 의해 형 (29)과 함께 입양됐던 「한센」군은 『내가 어떤 가족의 일원이었고, 왜 입양되어야 했는지 정말 궁금해 견딜 수 없다』며 자신과 형의 빛 바랜 옛날 사진을 내보이고 체류 기간 중 꼭 부모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양부모로부터 「인종적 거리감」을 느끼기도 한다는 그는 『이제 노르웨이인으로 한국계회사에서 양쪽을 느끼며 일하고 싶다』는 심경을 토로하고 노르웨이에는 4천5백명의 한국인 입양 아동이 있다고 소개했다.
미국 미네소타주 입양 아동의 60%가 한국 아동이라고 밝히는 「잔·볼커」양 (22·오그스버그 대학·미네소타주)은 9살 때 떠난 한국을 이제 「현실적」눈으로 바라보게 됐다면서『입양아에 대한 한국인들의 부정적인 시각이 섭섭하지만 한국의 풍습 탓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입양 기관에서 자원 봉사도 하고 있다는 「볼커」양은 회사 관리 감독관인 아버지 등 양부모와 매우 행복하다고 밝게 웃는다.
지난 86년 양부모와 함께 온 패밀리 투어 때 생모를 만나보았다는 덴마크의 「안네·희·앤더슨」양 (18·요한네스 고등학교)은 갓난아기 때 결별했던 생모를 『이제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며 『현재로 매우 만족하다』고 말했다.
입양아들에 대한 사랑이 지극한 양모와 변호사인 양부, 또 다른 한국인 입양아와 함께 한국 음식을 종종 해먹으며 살고 있다는 「앤더슨」양은 심리학을 전공, 사회 사업 상담원으로 일하고 싶다고 했다.
이남교 지도 교수 (서울대 재외 국민 교육원)는 『24명 중 1명을 제외하고 모두 한국어를 모른다』며 면담 결과 이들 중 3분의 2는 입양 자체에 부정적인 반감을 갖고 있는 것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많은 학생들이 불안감과 애정 결핍에서 오는 듯한 도전적인 행동을 보여 안타까울 때가 있다』고 걱정했다.
이 교수는 『이들이 귀국하기 이전에 고국을 느끼게 하는 선물을 뜻 있는 사람들이 전달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들 입양아의 2주 교육은 실내 강의, 옥외 현장 답사와 놀이로 이뤄져있다. 기본적인 한국어 회화, 한국의 경제 발전을 배우고 있고 국립중앙박물관·민속촌·경주의 유적지 등을 돌면서 고국의 역사와 문화의 현장을 피부로 접하고 있다.
이밖에 설악산, 휴전선 부근의 땅굴, 올림픽 시설을 돌아보며 1박2일의 민박을 통해 고국 가정 생활도 체험하고 있다.
이번 프로그램을 주관한 문교부 재외 국민 교육과 고재형 과장은 『한국인 해외 입양아는 모두 10만7천명인데 앞으로 해외 입양아를 위한 연수 프로그램을 적극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고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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