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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장관 올 생각도 없다, 원자력硏 쓸쓸한 '환갑잔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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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원자력연구원 정문 현판. [연합뉴스]

한국원자력연구원 정문 현판. [연합뉴스]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자력연)이 쓸쓸한 ‘환갑’을 맞게 됐다. 9일 열리는 원자력연 창립 60주년 행사가 내용과 규모 면에서 과거에 비해 대폭 축소됐기 때문이다. 10년 전 창립 50주년 행사 당시에는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참석하고, 한승수 국무총리 참석이 예정돼 있었지만 9일 60주년 행사에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해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참석 계획조차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행사에 참석하는 최고위직 인사는 문미옥 과기정통부 1차관이다.

대통령·총리 훈장·포장 ‘0건’ #50주년 행사의 4분의 1토막 #60년 에너지 안보 기여에도 #총리·장관 불참해 홀대논란

이 때문에 원자력계의 대표주자가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등한시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다시금 제기되고 있다. 원자력연을 필두로 한 원자력계가 1960년대부터 ‘한국 표준형 원전’ 개발에 성공하는 등 에너지 자립에 공헌해온 역사를 고려한 비판이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원자력연이 한국표준형 원전 개발에 기여하며 기존 전력생산 방식에 비해 절약한 비용은 약 158조 5000억원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을 수출하고, 요르단에서 연구용 원자로를 수주했으며, 네덜란드 연구용 원자로 개선 사업을 따내는 등 괄목할 성과를 올렸다.

부산 기장군에 있는 국내 첫 원전 고리원전 1호기 모습. 국내 최초 상업용 원자력발전소로 40년간 가동한 고리1호기는 2017년 6월 영구정지에 들어갔다. [연합뉴스]

부산 기장군에 있는 국내 첫 원전 고리원전 1호기 모습. 국내 최초 상업용 원자력발전소로 40년간 가동한 고리1호기는 2017년 6월 영구정지에 들어갔다. [연합뉴스]

이런 성과에도 50주년 기념식에 비해 포상은 4분의 1로 줄었다. 훈·포장을 포함해 대통령·국무총리 표창은 한 건도 없다. 원자력연 관계자는 “50주년 행사에서 원자력 기술 자립을 이뤄낸 공로로 훈·포장을 받은 원자력연 직원만 전·현직 합쳐 11명에 달한다”며 “과학기술훈장 웅비장 1명, 과학기술훈장 도약장 1명, 과학기술 포장 2명, 대통령 표창 3명, 국무총리 표창 4명 등 총 40명이 포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에서는 장관 표창만 10건에 그칠 예정이다.

박원석 원자력연 원장은 “원자력연이 지난 60년간 한국 에너지 안보에 큰 기여를 했다”며 “향후 60년 원자력 사업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국민의 공감대가 기반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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