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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영 의원 안 부른 검찰 "혐의점 없는데 소환하면 모욕주기"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0일 전북 전주시 국민연금공단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전라북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안호영(왼쪽 두 번째) 민주당 전북도당 위원장과 이해찬 민주당 대표, 박주민 최고위원 등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0일 전북 전주시 국민연금공단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전라북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안호영(왼쪽 두 번째) 민주당 전북도당 위원장과 이해찬 민주당 대표, 박주민 최고위원 등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스1]

현역 여당 국회의원 측근들을 법정에 세운 검찰이 '부실 수사' 논란에 휩싸였다.

[이슈추적] 전주지검 '봐주기 수사' 논란 #친형·측근 등 3명 '정치자금법' 위반 기소 #안 의원만 조사 안 해 "꼬리 자르기" 지적 #민주평화당 "사개특위 위원 면죄부 줬다" #안 의원 "나와 무관…알았다면 말렸을 것"

전주지검은 지난 20대 총선 때 전북 완주·진안·무주·장수 지역구에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안호영(54) 의원의 친형 안모(58)씨와 선거 총괄 본부장 류모(51)씨, 완주 지역 책임자 임모(51)씨 등 3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27일 불구속기소 했다. 선거일(2016년 4월 13일)을 앞두고 국민의당 경선에서 탈락한 이돈승(60) 당시 완주군 통합체육회 수석부회장 측에 1억3000만원을 주고 안 후보 선거운동을 돕게 한 혐의다.

검찰은 돈을 받은 이 후보 선거캠프 사무장 유모(49)씨도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선거 직전까지 모든 여론조사에서 당시 국민의당 임정엽(60) 후보(현 민주평화당 전북도당 위원장)에게 밀리던 안 후보 측이 전체 유권자의 절반이 넘는 완주군에서 수십년간 표밭을 관리해 온 이 후보 측 세력을 선거에 활용하기 위해 매수 공작을 벌였다고 봤다.

검찰 조사 결과 이 후보는 안 후보 측이 돈을 건넨 시기에 국민의당을 탈당해 안 후보 지지 선언을 하고, 캠프 상임고문까지 맡았다. 하지만 이 후보는 검찰에서 "돈이 오간 사실을 몰랐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당시 지역 정가에선 "진안 출신인 안 후보보다 완주에서 태어나 완주군수를 두 번 지낸 임 후보가 유리하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개표 결과 안 후보가 임 후보를 이겼다. '변호사 출신 정치 신인의 파란'으로 여겨졌지만, 2017년 6월 안 후보 측 내부 제보자가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하면서 3년 전 '검은 거래'가 드러났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오른쪽)이 지난해 11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민갑룡 경찰청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1]

박상기 법무부 장관(오른쪽)이 지난해 11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민갑룡 경찰청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1]

하지만 검찰이 안 의원을 단 한 번도 안 부르고 수사를 끝내자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거세다. "친형이 돈을 대고, 핵심 측근들이 '매수 공작'을 계획·실행했는데 정작 '국회의원 당선'이라는 가장 큰 이익을 본 후보만 몰랐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검찰은 "문제 없다"는 반응이다. 전주지검 관계자는 "(안 의원) 주변 사람들이 ('후보에게 보고했다'고) 말을 안 하는데 검찰이 무슨 재주로 아느냐"며 "혐의점이 없는 사람을 부르는 건 모욕주기이자 면피성 수사"라고 반박했다. 그는 "공권력이라고 해서 아무나 부르는 건 인권 침해적 생각"이라며 "욕을 먹더라도 '묻지마식 수사'를 하면 안 된다"고 했다.

반면 일부 시민단체와 법조인들은 "검찰 수사가 외려 의혹만 키웠다"고 입을 모은다. 문태성 평화주민사랑방 대표는 "증거를 못 찾은 게 아니라 안 찾은 것 아니냐"고 했다. 검사 출신 A변호사는 "안 의원을 수사해야 할 검찰이 사건을 깔끔하게 덮어준 것 같다"고 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전북지부장을 지낸 김현승 변호사는 "검찰 스스로 처음부터 선을 긋고 '짜맞추기 수사'를 한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검찰이 민주당 전북도당 위원장이라는 안 의원의 정치적 위상과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을 다루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인 점을 고려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민주평화당은 지난 5일 박주현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검찰의 '시늉만 낸 수사'는 사법개혁특위 위원인 안 의원에게 면죄부를 줬다"며 안 의원의 의원직 사퇴와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에 안 의원 측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주변 인물들이 사건에 연루돼 송구하다"면서도 "검찰 조사 결과 이 사건은 '안 의원과 관련이 없다'고 나왔고, (측근들의 범죄 사실을) 알았다면 당연히 말렸을 것"이라고 밝혔다. 의원직 사퇴 요구에 대해선 "이미 검찰에서 관련이 없다고 하는데 다른 정당이 문제 삼는 것은 정치적 공세다. 최종 판단은 유권자 몫이니 열심히 의정 활동에만 전념하겠다"고 일축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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