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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당 촛불이 바람에 날려 불 시작? 강릉 산불 발화점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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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 4일 고성군 산불 발화점 전신주의 피뢰기 연결선 3개가 끊어져 있다. [사진 강형구]

지난 4일 고성군 산불 발화점 전신주의 피뢰기 연결선 3개가 끊어져 있다. [사진 강형구]

강원도에서 잇따라 발생한 초대형 산불에 대해 경찰이 실화 가능성을 포함해 원인을 조사 중이다.

강원도 산불 원인 미스터리 #인제 산불도 정확한 원인 안 나와 #대형 헬기 도입, 송전선로 지중화 #초대형 산불 막을 대책으로 거론

강릉 산불의 발화 지점은 강릉시 옥계면 산골짜기에 위치한 민가 인근이다. 경찰은 지난 4일 오후 11시46분쯤 민가 인근에서 불이 나 인근 야산으로 옮겨붙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5일 이 집 앞에 가 보니 돌기둥에 빨간 글씨로 써진 ‘산당(山堂)’이란 문구가 보였다. 제사를 지내거나 기도를 드리는 장소란 뜻이다. 이 마을의 한 주민은 “그 집 주인이 수십여 년 전부터 점괘를 봐 왔다. 집에 기도하는 제단(祭壇)이 마련돼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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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사이에선 “촛불이 바람에 날려 불이 난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집주인 A씨의 딸이 연탄불을 갈러 나왔다가 산에 불이 붙은 걸 보고 소방서에 신고했다”며 “A씨는 불이 나기 전에 제단에 있는 향로와 양초에 불을 켜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불이 난 원인에 대해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지난 4일 오후 2시45분쯤 강원도 인제군 남면 남전리 약수터 인근 야산에 발생한 산불의 원인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목격자가 없어 이 산불이 자연발화인지, 실화에 의한 것인지를 조사하는 데 애먹고 있다. 인제경찰서 관계자는 “인제 산불은 최초 발화 지점이 민가 위쪽에 있는 야산”이라며 “아직 정확한 화재 원인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지만 실화 가능성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림청에 따르면 산불로 인해 피해를 본 기관이나 개인은 민사소송을 통해 산불 가해자를 상대로 피해보상이나 구상권 청구가 가능하다. 민사는 대부분 산불 가해자에 대한 형사처벌이 이뤄진 뒤 진행된다. 검찰 출신의 한 중견 변호사는 “산불의 원인이 과실로 드러나면 형사상 처벌은 물론 손해배상도 요구할 수 있다”며 “다만 과실을 저지른 사람이 능력이 없는 경우 국가에서 일정 부분 지원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강원도에서 발생하는 산불은 대부분 초대형이기 때문에 특단의 산불 예방과 진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우선 강원도에 다목적 대형헬기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목적 대형헬기는 화재 진압용 물을 한꺼번에 3000L까지 담을 수 있다. 강원도 소방본부가 보유한 헬기는 구조용 소형헬기 2대가 전부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대형 다목적 헬기가 없어 초동 진화에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대형 산불 예방을 위한 송전선로 지중화 여론도 일고 있다. 이번 고성 산불도 전봇대 개폐기에서 발생한 불꽃이 산불의 원인을 제공했다. 2017년 6월 기준 강원도 송전선로 지중화율은 8.3%로 서울(58.4%)과 차이가 크다. 강원대 소방방재학부 이시영 교수는 “영동 지방만이라도 송전선로의 지중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성·강릉·인제=최종권·박진호·편광현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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