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맞은편→옆 이동한 류허…백악관 사진 3장에 들뜬 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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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허 백악관 의전

류허 백악관 의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류허 중국 부총리(왼쪽)과 회견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류허 중국 부총리(왼쪽)과 회견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무실인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찍은 사진 세 장에 중국이 고무됐다. 올해 들어 워싱턴에서 진행된 제 5·7·9차 미·중 경제무역 고위급 협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협상단 대표인 류허(劉鶴·67) 부총리에 대한 의전을 조금씩 격상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31일 회견에서 류 부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집무 책상 맞은편에 앉았다. 트럼프 좌측으로는 대중 강경파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배석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도 배석했다.
2월 22일 7차 협상 직후 마련된 회견장. 트럼프-류허의 대좌 방식은 한 달 전과 같았다. 대신 펜스 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 볼턴 보좌관이 빠졌다. 류 부총리 직함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 특사’라는 직함이 추가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중 마러라고에서 시 주석과 만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 신화사는 협상이 끝난 뒤 “실질적 진전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4일(현지시간) 9차 협상 중간 오벌오피스 회견이 이뤄졌다. 류 부총리가 트럼프 대통령 우측에 앉았다. 취재진에 공개된 모두 발언에서 류 부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관여로 엄청난 진전(great progress)이 있었다”고 치켜세웠다. 중국 중앙(CC)-TV 경제 채널의 공식 SNS 계정은 6일 “류 부총리의 자리를 트럼프 옆자리로 조정했다”며 “작디작은 자리 위치 변화에 미국이 담판 상대에 더 많은 존경과 중시를 보인 것으로 많은 이가 해석한다”고 평했다. “협상은 이미 관건 단계에 진입했지만, 아직 대량의 꼼꼼한 일 처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워싱턴 협상은 오벌오피스 회견 이튿날인 5일까지 계속됐다. CC-TV는 “아침 8시 반 전부터 실무팀이 협상장에 도착해 총총걸음과 가득가득한 캐리어를 보면 다음 협상에 쏟을 여력조차 없어 보였다”며 “점심시간까지 아끼려 도시락을 시켜 먹으며 분초를 다퉈 협상했다”고 묘사했다.
회담이 끝난 뒤 중국 신화사는 “양측은 기술이전, 지식재산권 보호, 비관세 조치, 서비스업, 농업, 무역 균형, 실질적 기제 등 협의 본문을 토론해 새로운 진전을 취득했다”며 “양측은 남은 문제를 각종 유효한 방식으로 진일보 협상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측은 “협상 주제는 지식재산권, 강제 기술 이전, 비관세 장벽, 농업, 서비스업, 구매 및 이행을 포함했고, 미국과 중국은 생산적인 회담을 갖고 많은 핵심 이슈에서 진전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한편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는 7일 류 부총리가 지난 1년간 미·중 무역 전쟁을 겪으며 ‘성숙’했다고 평가했다. 부총리 취임 직전인 지난해 2월 27일부터 3월 3일까지 미국을 다녀온 류 부총리는 양회에서 “미국 정부와 솔직하고 건설적인 교류를 가졌다”며 “양국은 모두 무역 전쟁을 원치 않으며 소통과 담판을 통해 협력을 촉진할 수 있다”고 낙관했다. 그해 5월에도 시 주석 특사로 미국을 방문해 “미·중 무역협상의 최대 성과는 무역 전쟁을 벌이지 않고 상호 추가 관세 부과를 중지하자는 의견일치를 달성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상황은 정반대로 진행됐다. 둬웨이는 “글로벌 ‘전쟁터’의 진정한 쟁탈전인 미·중무역 전쟁에서 ‘서생기(書生氣)’ 여전했던 예순 줄의 류허가 진정으로 성숙한 정치가로 단련됐다”며 “류허 개인의 성숙뿐 아닌 1년여에 걸친 대미 협상단의 성숙이며 이는 중국에 거대한 수확”이라고 평가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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