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에서 정유 등 석유제품을 북한 선박에 불법 환적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한국 정부가 또 억류 중이라고 미국의소리(VOA)방송이 5일 보도했다.
VOA에 따르면 해당 선박은 파나마 국적 선박 K호로, 미국 재무부가 지난달 21일 북한 선박과의 불법 환적 의심 선박으로 지목한 18척 중 하나다. K호는 지난 2월부터 부산항에 억류 중이며 정부가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VOA는 전했다.
北 해상단속 강화에 "평화 저해 행위"
정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 “현재는 억류가 아닌 출항 보류 단계”라며 “K호가 불법 환적을 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에 따르면 불법 환적이 확인돼 기소까지 되면 해당 선박은 억류되지만, 조사 단계에서는 출항 보류가 된다. K호의 불법행위 여부가 확인되면 억류될 수 있단 얘기다.
지난 3일엔 불법 환적 혐의로 한국 국적 선박 P호가 부산항에 억류된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한국 선박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를 위반한 첫 사례였기 때문이다. 외교부는 P호 외에도 불법 환적에 가담한 2개 선박과 북한산 석탄을 운반하는 데 관여한 1개 선박 등 총 3척을 2017년 말∼2018년 초부터 억류하고 있다. 북한 선박과의 불법 환적 등 혐의로 한국 정부가 억류 중인 선박은 현재까지 4척이고, K호에 대한 조사결과에 따라 더 늘어날 수 있다.
북한 선박과의 불법 해상거래 사실이 연이어 적발되면서 국제해사기구(IMO)는 북한 선박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국제해사기구는 4일(현지시간) 선박 등록국가를 위장하거나 위치추적 장치를 끄고 항해하는 북한 등의 선박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에 합의했다. 선적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위치추적 장치를 항상 켜놓을 것을 강제하는 방안 등이다.
북한은 불법 환적 단속 문제가 확산하자 관영매체를 통해 한·미를 싸잡아 비난하고 나섰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긴장완화흐름에 배치되는 행위’라는 정세론에서 “미국연안경비대소속 경비함이 제주도 일대에 투입된 가운데 ‘불법 환적’ 단속을 위한 련(연)합해상 검문검색 훈련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처럼 마련된 긴장완화분위기를 해치는 군사적 도발로서 조선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구축을 위한 북남선언들의 리(이)행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또 “남조선군부가 미국과 함께 벌려놓은 련(연)합훈련들은 겨레의 지향과 국제사회의 요구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대외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도 비슷한 내용으로 한·미를 비난했다.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전방위 제재 속에서 북한은 그동안 불법 해상거래로 숨통을 틔어온 측면이 있다”며 “환적 단속을 평화를 저해하는 행위라며 적반하장식의 반응을 보인 건 단속 강화에 그만큼 민감하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백민정·이유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