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이슈] 르노·닛산, GM지분 20% 인수나서 카를로스 곤의 '차차차 빅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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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구조조정의 전도사'로 불리는 카를로스 곤(사진) 르노-닛산그룹 회장이 세계 최대 자동차 메이커 제너럴모터스(GM)와 자본 제휴를 추진한다. 이를 통해 프랑스의 르노, 일본의 닛산자동차, 미국의 GM의 경영개선과 구조조정을 동시에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3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르노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GM과의 제휴를 논의했다. 앞서 GM의 지분 9.9%를 갖고 있는 미국의 커크 커코리안은 르노와 닛산이 각 10%씩 총 20%의 GM 지분을 인수할 것을 곤 회장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안 대로 3개사의 제휴가 성사되면 연간 1500만대를 생산하며 세계 시장 점유율이 25%에 이르는 거대한 다국적 자동차 그룹이 탄생하게 된다. 미국.유럽.아시아 지역을 대표하는 업체들의 이번 연합은 1998년 다임러-벤츠와 크라이슬러, 이듬해 르노와 닛산의 제휴에 버금가는 자동차 시장의 '빅뱅'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곤 회장은 르노-닛산이 GM과 제휴할 경우 부품 공동조달에 의한 비용삭감, 북미 시장에서의 판매 협력 증진, 완성 차량에 대한 상호 공급 확대 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GM도 새 자본을 수혈해 경영을 개선하는 동시에 바짝 추격해온 도요타를 견제하기 위해선 르노-닛산과의 제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GM은 커코리안의 제안이 알려진 지난주 말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이 문제를 논의했으며, 4일 이후 또 한 차례 이사회를 갖고 공식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출자가 성사되기까지는 넘어야할 산이 많다. 일각에서는 이번 제안을 놓고 GM의 주가를 띄우기 위한 '기업사냥꾼' 커코리안의 술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GM의 릭 왜거너 회장은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독자회복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고, GM의 이사회도 왜거너 회장을 강력 지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자본제휴 안이 GM 경영진과 이사회의 전면 찬성을 얻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곤 회장은 제휴의 전제조건으로 전면 찬성을 요구하고 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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