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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짐승처럼 대우"…추가 소송 돌입한 강제징용 피해자들

중앙일보

입력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들이 전범 기업들을 상대로 약 10억원의 추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와 민족문제연구소는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10명의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대리해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 소장을 냈다.

일제강제동원 피해자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이 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일제강제동원 사건 추가 소송 제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일제강제동원 피해자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이 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일제강제동원 사건 추가 소송 제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피해자 10명 추가 소송…日 코크스공업 포함

이번 소송의 원고는 총 31명이다. 이 중 4명은 피해 당사자이며, 나머지 27명은 숨진 피해자 6명의 유족이다. 피해자들은 1인당 최대 1억원을 청구해 소송 청구 가액은 약 10억 원이 될 예정이다. 숨진 피해자들의 경우 상속권을 가진 유족 중 일부가 소송에 참여하지 않아 소송 규모가 1억원보다 조금 적다.

소송 대상은 기존에 배상 책임이 인정됐던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ㆍ후지코시ㆍ미쓰비시에 더해 일본코크스공업(옛 미쓰이광산)도 포함됐다. 코크스공업은 일제강점기 미이케 탄광을 운영하며 조선인들을 강제 동원한 기업으로 알려졌다. 1943년 9월 21일 미이케 탄광에서 강제 노동에 동원됐다 1945년 숨진 박모씨의 유족이 원고로 이름을 올렸다.

"일본이 강제로 끌고가 짐승같이 대우했다"

원고 중 한 명인 김한수(101) 할아버지는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일본에 강제로 끌려가서 사람이 짐승과 같은 대우를 받았던 걸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증언했다. 이어 “같은 식당에서 일본 사람은 하얀 쌀밥을 먹고, 한국 사람은 기름짜고 남은 것에 쌀을 넣어 먹는데 그것도 배불리 먹을 수 없었다”며 “이것을 과연 참고 살아야 하는지 대단히 어려운 문제다”고 말했다. 그는 1944년 8월 미쓰비시조선소에 강제 징용을 당해 이듬해 해방 때까지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을 했다.

증언하는 강제동원 피해자 김용화 할아버지. [연합뉴스]

증언하는 강제동원 피해자 김용화 할아버지. [연합뉴스]

이날 함께 소송을 제기한 김용화(90) 할아버지도 “힘 있는 자는 힘 없는 자를 보호해줘야 하는데 강대국인 일본은 (우리를) 노예화했다”며 “인류가 용납할 수 없는 죄악에 대해 마땅히 보상하고 사과하지 않는다면, 한일관계는 정상화될 수 없고 일본은 야만국가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일본제철 야하타제철소에 징용을 당해 해방 때까지 일했다.

2차 소송도 이번 달 내로 제기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10월30일 전범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면서 일본제철이 피해자들에게 1억 원씩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후 다른 전범기업들에 대한 소송도 속도가 붙었고, 현재 일본제철·미쓰비시중공업 등에 대한 재산 압류 절차가 진행중이다.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는 지난해 12월부터 소속 변호사 12명으로 구성된 강제동원 소송 대리인단을 꾸려 추가 소송을 준비해오고 있다. 대리인단은 앞으로 다른 일본 전범 기업들을 상대로도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대리인단 소속 서보건 변호사는 “이번 달 중으로 2차 소송을 접수할 계획이며 3ㆍ4차까지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대리인단에 따르면 현재 강제 징용 피해자 20여명에 대한 2차 소송을 준비중이며, 기존에 포함되지 않았던 다른 전범 기업들도 소송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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