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대출 일제히 재개 … 강남 고가 주택은 여전히 막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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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시중은행들이 지난달 중순부터 억제했던 주택담보대출을 이달 들어 일제히 재개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감독원의 주택담보대출 자제 요청 이후 대출 심사를 엄격하게 했던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은 이날부터 대출 조건을 완화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달 중순 이후 보류된 주택담보대출이 4000~5000건에 달했으나 이날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이 다시 이뤄졌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전국 700여 소매점포의 대출 담당자를 조사해본 결과 지난달 보류된 주택담보대출이 지점당 6~7건씩 있었다"며 "이 중 투기 목적이 아닌 실수요자 대출은 대부분 승인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도 강남 지역의 공시가격 6억원 이상 주택 구입이 아니면 신규 대출 신청을 즉각 승인해주고 있다. 우리은행 주택금융사업단 관계자는 "고객이 신청한 주택담보대출이 실수요인지만 확인되면 바로 대출 승인을 해주고 있다"며 "신규 고객은 대부분 실수요자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자 부담 완화를 위해 다른 은행의 기존 주택담보대출을 해지하고 새로 대출을 신청하거나 주택담보대출 액수를 늘리겠다는 고객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대출을 금지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본점 차원에서 대출 신청자의 자금용도를 꼼꼼히 확인하고 있다.

은행들은 그러나 부동산 시장이 이미 비수기로 접어든 데다 이달 중 재산세 부과 등을 고려할 때 주택 매매가 활발하지 않아 대출 수요가 그다지 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은행들이 우대금리를 폐지하는 방법 등으로 대출금리를 올린 것도 대출 수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국민은행 관계자는 "월별 총량 규제에 대한 우려 때문에 미리 대출을 받아두려는 고객이 월초에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당국의 규제로 지난달 중순 이후 주택담보대출이 억제되면서 지난달 대출 증가폭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6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1조4020억원으로 5월(2조7587억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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