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무대에〃미 트로이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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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할리우드의 가장 개성 있고 능력 있는 배우 중 한사람으로 꼽히는「더스틴·호프먼」은 지금 무엇을 하고있는가·80대에 들어서 만도 6개의 대형 뮤지컬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렸던 작곡가「앤드루·로이드·웨버」는 어디에, 극작가「마틴·셔먼」은 또한 무슨 일을‥‥.
이들 3명은 모두 현재 영국 런던에 머무르면서 런던의 화제작 공연에 한몫을 하고있다.
미국뉴욕의 브로드웨이가 이렇다할 히트 작이 없는 형편에 이들 3명의 공연 작은 모두 히트를 기록하고 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다.
미국 출신 3명 예술가의 런던공연물 중 가장 많이 화제를 모으고 있는 것은 단연「로이드·웨버」의『사랑의 모습』. 영국소설가「데이비드·가닛」이 55년에 발표한 동명소설을 토대로 하여 작곡한 것이다.
이는 자식을 가진 부모가 만나는 사랑, 즉 중년세대들의 슬픈 사랑 이야기로 도회적인 주제를「로이드·웨버」는 개성 있고 세련된 음으로 아름답게 마무리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사랑은 모든 것을 바꾼다」「보는 것은 믿는 것이다」「삶은 계속되고, 사랑은 자유롭다」등 뮤지컬『사랑의 모습』의 3개의 노래는 모두「로이드·웨버」가 종전에 작곡했던 그 어느 곡보다 아름답다는 것이다.
때로 비탄에 잠기고 부드럽고 서정적인 대사는「던·블랙」에 의해 만들어졌는데 그는 「로이드·웨버」의『춤과 노래』란 작품에서 모 대본을 맡아 호흡을 맞춰왔다.
「트레보·눈」감독에 의상은「마리아·비욘손」이 맡았는데 모든 배역진에게 음악의 분위기에 걸맞게 꿈같이 아름다운 무대를 만들었다. 출연진은 모두 노래하고 연기를 하는데 「미카엘·볼」「앤 ·크럼」「로저·모어」등 일급이 출연하고 있다.
10여년 전에 발표한『벤트』이후 이렇다할 각광을 받지 못했던 극작가「셔먼」은『「고아」의 광인의 집』을 발표하여 눈길을 모으고 있다.
총 2장으로 나누어진 이 작품은 미시시피의 품위 있는 한 부인을 중심으로 한 사랑과 배반의 이야기. 한 호텔을 무대로 하여 예술가·감독·웨이터 등 그곳에 묵고 있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제 1장은「왕을 위한 식탁」으로 부제가 붙여졌는데 작가「셔먼」은『삶이란 정말 무엇이냐』를 얘기하러 했다고 말한다.「루퍼트·그레이브스」「이안·시어즈」「바네사·레드그레이브」등 일급 배우들이 독특한 개성의 연기를 펼치고 있다.
「더 스틴·호프먼」은「셰익스피어」의 명작『베니스의 상인』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유대인 고리대금업자「샤일록」으로 출연하고 있다.
벌써 4개월째 롱런을 하고 있는데 관객은 갈수록 늘고있어 언제 끝날지 예측할 수 없는 지경이다.
「피터·홀」감독은「호프먼」이 출연하는「샤일록」역 보다는「제럴딘·제임스」가 출연하는「포샤」역에 더 많은 비중을 두어 비극이라기 보다는 희극 쪽으로 연출을 했다.
「호프먼」은 그가 출연하는 5개의 신을 친근하면서도 효율적인 몸짓을 써가며 소화해 내고있다. 분노를 나타내기 위한 그의 몸짓들은 조용하지만 단호했다.
이 작품을 연출한 제작팀은 런던에서의 흥행성공에 힘입어 똑같은 출연진으로 미국으로의 공연여행을 계획중이나 곧 이루어질 전망은 아니다.
이렇게 3명의 재능 있는 미국 예술가들이 런던공연 예술무대를 석권하고 있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인데 공연예술계 일각에서는 뉴욕의 브로드웨이 무대는 버려 두고 런던의 웨스트 앤드 무대만 번성케 해서야 되겠느냐는 비판의 소리도 일고 있다. <박금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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