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정당한 소신의 결행인지…|여대생 입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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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기자님, 어떻게 그런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질문을 하십니까. 저희들은 친애하는 수령동지의 뛰어난 영도로 잘 먹고 잘 살고 있습니다. 그저 남조선인민들이 불쌍할 뿐입니다. 빨리 힘을 모아 남조선인민을 구출해 내야합니다.
몇 년전 프랑스에 있을 때 TV에 방영된 북한소개 프로에서 북한 남학생이 답변하는 장면이다.
당시는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였는데 프랑스 기자의 질문은『지금 남한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정부를 비방하고 정권에 반대의사를 적극 표명하고 있는데 북한에서는 김일성 주석에게 반대의사를 표시하고 북한정치를 비방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때 김일성 대학 불문과에 재학중인 그 남학생은 격앙된 목소리로 그같이 답변했다. 실로 섬뜩한 순간이었다.
그 답변 끝에 프랑스 기자가 했던 마지막 코멘트는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는다.
-정권에 반대하는 광주사태와 같은 시민들의 비극적 봉기가 있었으나 그래도 남한은 정부에 반대의사를 표명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나라인데 북한은….
요즈음 신문에 떠들썩한 전대협대표 여학생의 입북을 보고 그때 그 순간이 다시 한번 스쳐간다.
젊은이들이 자신의 생각대로 소신을 갖고 행동하는 그 자체는 적극 찬성한다. 문제는 소신 자체다.
올 봄 청문회에서도 누차 보았듯이 소신 자체를 밀고 나가는 것은 그럴듯하나 소신의 정당성이 문제가 된다.
지금 일부학생들의 평양축전 참여문제로 전국이 들끓고 있지만 그 이슈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바른 생각은 정확한 사실과 실상에 근거를 두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대학생들의 대북한 관은 제대로 된 것일까. 어떤 경우건 모든 데이타를 있는 그대로 종합, 분석해 나름대로의 의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 대학생의 대답이 한쪽으로 치우쳤듯이 우리 일부 대학생들의 행동도 편협 된 정보에 근거를 둔 것은 아닐까. 이번 평양축전 참여는 어찌 보면 성숙의 과정에 있는 젊은 과도기에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과연 공정성과 객관성의 바탕에서 우러난 정당한 소신의 결과인지 다함께 재조명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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