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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전주 드레스룸 사망 여성', 경찰 자살로 수사 끝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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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간 갈등 이미지. [일러스트 김회룡 기자]

부부 간 갈등 이미지. [일러스트 김회룡 기자]

전북 전주의 한 아파트 드레스룸(옷방)에서 20대 주부가 목숨을 잃은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숨진 여성 A씨(사망 당시 27세) 유족이 살인 혐의로 고발한 남편 B씨(31)에 대해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아직 B씨 진술을 뒤집는 증거나 결정적 단서가 나오지 않아 경찰 안팎에서는 "세 살배기 아들을 둔 주부의 '변사(자살) 사건'으로 수사가 결론 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경찰, 남편 거짓말탐지기 조사까지 #아직 알리바이 뒤집을 단서 찾지못해 #유족 "자살 아니다" vs 남편 "안 죽였다"

이 사건은 지난해 12월 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이날 오후 8시쯤 전주시 완산구 한 아파트 침실 옆 드레스룸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A씨는 병원에 옮겨졌지만, 장시간 산소 공급이 끊겨 뇌의 80%가 손상돼 12월 29일 숨졌다.

A씨 유족은 "자살할 이유가 없다"며 지난 1월 중순 살인·시체유기·자살방조 등 혐의로 B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유족은 "A씨가 쓰러지기 전에 남편(B씨)의 외도로 이혼 소송을 준비 중이었고, 이혼 후 아들을 키우기 위해 취직자리와 새집도 알아보러 다녔다"고 주장하고 있다. 숨지기 직전 A씨 몸에 있던 멍 자국과 드레스룸에서 발견된 혈흔 등을 들며 B씨의 폭행도 의심하고 있다.

경찰과 유족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2월 4일 오후 7시쯤 본인의 쌍둥이 여동생에게 '드레스룸 대피소 쪽 아래'라는 말 뒤에 영어 알파벳과 숫자가 적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를 본 여동생이 답장 문자를 보냈지만, A씨 전화는 꺼진 상태였다. 여동생은 급히 언니 집에 갔더니 형부인 B씨가 언니에게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었다. 119 신고는 이웃 주민이 이날 오후 8시쯤 했다. 유족은 "B씨가 A씨를 처음 발견하고도 곧바로 신고하지 않은 것도 석연치 않다"고 주장했다.

A씨 죽음을 두고 논란이 커지자 전주 완산경찰서는 전담팀을 꾸렸다. 또 전북경찰청 과학수사대는 지난달 하순 B씨를 상대로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했다. 경찰은 "거짓말탐지기 조사 결과는 수사 중이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거짓말탐지기 결과는 법적 증거가 아닌 수사 참고 자료로만 활용된다.

앞서 경찰은 압수수색 등을 통해 B씨 부부 집에 있던 TV 시청용 셋톱박스와 B씨 휴대전화 통신 내용, 카카오톡 대화 내용 등을 확보해 분석해 왔다. 경찰은 셋톱박스 기록과 다른 기기 등을 비교해 사건 당일 B씨의 행적을 살펴봤지만, 아직 단서를 찾지 못했다. B씨는 두 차례 경찰 조사에서 "아내를 죽일 이유도 없고, 죽이지도 않았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김영근 완산경찰서 형사과장은 "아직 수사 결론이 안 났고, 수사 내용은 노코멘트"라고 말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수정 : 2019년 4월 3일
위 기사는 경찰 취재를 바탕으로 작성했으나 기사가 나간 후 유족 측에서 고인의 사망일이 다르고 거짓말탐지기 조사에 대한 판단 등에 생각의 차이가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이에 유족의 입장을 반영해 기사를 일부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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