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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바뀌어도 그대로" 文 대통령 앞에서 울어버린 청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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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지율 이탈의 핵심축으로 불리는 ‘이ㆍ영ㆍ자(20대ㆍ영남ㆍ자영업자)’ 계층에 대한 구애을 이어가고 있다.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시민사회단체 간담회에서 엄창환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청년실업 등의 발언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9.4.1 /청와대사진기자단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시민사회단체 간담회에서 엄창환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청년실업 등의 발언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9.4.1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1일 진보와 보수를 망라한 시민사회단체 대표 8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간담회를 하면서 “매서운 감시자인 동시에 사회를 함께 이끌어가는 동료가 돼 주기 바란다. 촛불혁명 이전의 시민사회와 정부는 반대자 입장에서 비판하던 관계였다면, 이후에는 애정을 가지고 비판하고 비판에 귀를 기울이는 동반자적 관계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런데 현장에서 곧바로 심화되고 있는 실업난 등에 대한 분노가 표출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시민사회단체 초청 간담회에서 동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2019.4.1.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시민사회단체 초청 간담회에서 동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2019.4.1. 청와대사진기자단

민변에 이어 두번째로 청년실업 문제에 대한 발언을 맡은 엄창환 전국청년네트워크 대표는 “정부가 청년의 삶 전반을 진중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청년정책은 행정실무중심 논의에 빠져 작동하지 않는 것 같다”며 눈물을 흘렸다. 엄 대표는 발언 내내 울먹이며 “정권이 바뀌었는데 청년 정책은 달라진게 없다. 부처의 준비나 의지는 약하고 대처도 부족하다. 야당과도 소통해달라”는 말을 이어갔다. 그는 “(청년 정책에 대해선) 담당 비서관도, 담당 부서도 없어서 이것들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저희는 전혀 전해 들은 바가 없다. 이런 것들을 좀 챙겨 달라”고 호소했다. 청년단체들 사이에선 청년들의 기본 생활 보장을 위한 청년기본법 제정 논의가 벌어지고 있다.

엄 대표의 발언이 끝나자 청와대는 간담회를 비공개로 전환하고 취재진의 퇴장을 요청했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 사진)이 1일 청와대에서 시민사회단체 간담회 중 엄창환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김호철 민변 회장, 문 대통령, 권태선 환경운동연합 대표, 김현권 민주당 대외협력위원장, 정강자 참여연대 대표.   왼쪽 사진은 청년실업 등의 발언 후 눈물을 흘리는 엄정환 대표.   이날 간담회에는 경실련, 참여연대, 범시민사회단체연합, 소비자연맹 등 진보, 보수, 중립성향 단체와 정부 관계자를 포함한 100여명이 참석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 사진)이 1일 청와대에서 시민사회단체 간담회 중 엄창환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김호철 민변 회장, 문 대통령, 권태선 환경운동연합 대표, 김현권 민주당 대외협력위원장, 정강자 참여연대 대표. 왼쪽 사진은 청년실업 등의 발언 후 눈물을 흘리는 엄정환 대표. 이날 간담회에는 경실련, 참여연대, 범시민사회단체연합, 소비자연맹 등 진보, 보수, 중립성향 단체와 정부 관계자를 포함한 100여명이 참석했다.연합뉴스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에선 보수 진영 인사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범시민사회단체연합 이갑산 상임대표는 “보수단체로서 이 자리에 참석한 것에 대해서 정말 고민도 했다. 들러리 서지 말자는 얘기도 있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양보, 타협, 합의를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데 다름을 인정해야 사회적 대화를 통한 합의와 국민통합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보수단체로 참석한 것에 대해 고민도 하고 상당히 용기도 필요했다고 말씀하신데 대해 송구스러운 생각이 들었다”며 “우리가 진보이기 때문에 좀 더 정부와 가깝다거나 보수이기 때문에 멀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말아달라”고 답했다고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이 전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상징되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정책 의지에 대해 언급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장시간에 걸쳐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시민사회단체 초청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시민사회단체 초청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그는 “원래 ILO(국제노동기구)가 임금주도성장을 주창했고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된 나라도 있다”며 “임금주도성장이 아닌 소득주도라고 한 것은 임금 노동자 중심인 다른나라와 달리 우리는 자영업자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득주도성장은 단순히 최저임금을 높이자는 것이 아니다. 소득을 높이고 생계비를 낮추고, 일자리까지 늘려주는 것이 다 포용되는 것”이라며 “대체로 고용된 노동자들의 소득이 높아진 것은 틀림없는 성과”라고 말했다. 다만 “고용 밖에 있는 비근로자 가구의 소득이 낮아져 오히려 양극화를 해소하는데 성공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며 “사회안전망까지 제대로 구축하는데 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답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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