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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정력 키우는 비법 찾다간 시간·돈·건강 잃어요, 병원부터 가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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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성, 性적표를 올리자 ②‘애먼 치료’에 두 번 우는 사람들 

정력에 대한 비뚤어진 욕망과 편견은 발기부전 치료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몸에 좋다는 민간요법에는 열을 올리면서도 의학적인 치료는 외면하는 남성이 대부분이다. 검증되지 않은 치료에 목을 매는 사이 남성 건강은 무너져 내린다. 자신감은 점점 떨어지고 과도한 처치가 부작용을 낳는 이중고를 겪는다. 중앙일보와 프라우드비뇨기과의원 공동기획 ‘남성, 성(性)적표를 올리자’ 이번 주제는 잘못된 발기부전 치료의 위험성이다.

중앙일보·프라우드비뇨기과 공동기획 #냉탕·온탕 오가는 ‘회춘 목욕’, 보양식·동물 생식기·보약 섭취 #발기부전 증상 악화, 질환 우려

발기부전은 노화·만성질환·스트레스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발기부전에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치료 전략이 강조되는 이유다. 프라우드비뇨기과의원 구진모 원장은 “의학적 치료 외에 발기부전을 드라마틱하게 극복할 ‘비방’은 없다”며 “그런데도 애꿎은 치료에 시간·돈을 낭비하다 병을 키운 다음에 병원을 찾는 남성이 많다”고 말했다.

민간요법 대부분 부작용 위험 커

성 기능을 향상한다고 알려진 민간요법은 대부분 효과가 미미할 뿐만 아니라 부작용 위험이 크다. 대표적인 것이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이른바 ‘회춘 목욕’이다. 혈액순환을 돕고 고환이 자극받아 정력이 강해진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 방법은 발기부전을 악화시키고 혈관 건강까지 망가뜨릴 수 있다. 구 원장은 “고환은 열에 민감해 온탕에 자주, 오래 노출되면 기능이 떨어져 남성호르몬 분비량이 감소한다”며 “특히 체력이 약한 고령층은 급격한 체온·혈압 변화가 심근경색·뇌출혈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더욱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삼계탕·개고기 등 보양식과 물개·사슴 같은 동물의 생식기가 정력 보강 식품으로 애용된다. 대개 단백질·지방 함량이 높은 고칼로리 식품이다. 영양이 부족했던 과거에는 체력이 보충되고 성 기능이 향상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하지만 영양 과잉이 문제인 오늘날에는 비만 등 만성질환을 유발해 오히려 발기부전이 심해질 가능성이 커진다.

가짜 발기부전 치료제 문제도 심각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불법 유통되는 의약품 중 절반가량이 가짜 발기부전 치료제다. 실제로 30세 이상 남성 45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4명 중 3명(75%)은 온·오프라인에서 가짜 발기부전 치료제를 접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쉽게 구할 수 있고(31%), 호기심 때문에(23%) 구매해 복용하지만 정작 위험성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응답은 5.8%에 불과했다(대한남성과학회, 2012년).


중금속 든 불법 가짜 치료제 많아

가짜 발기부전 치료제가 위험한 이유는 첫째, 성분·용량을 제대로 알기 어렵다. 대한남성과학회가 시중에 유통되는 가짜 발기부전 치료제 19종을 조사한 결과 납·수은 등 중금속에 오염된 제품이 4개 중 1개(26%)나 됐다. 유효 성분이 과다하게 포함된 가짜 발기부전 치료제도 58%로 절반이 넘었다. 구 원장은 “발기부전 치료제는 음경의 혈관을 확장시켜 발기를 유지하는데 유효 성분이 작용하는 수용체가 한정적이라 용량을 늘려도 효과가 커지지 않고 되레 부작용만 는다”며 “심장에 무리가 가고 음경에 산소·영양 공급이 차단돼 심한 경우 괴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둘째, 치료 시기를 놓칠 위험이 크다. 남성의 성 기능은 튼튼한 혈관과 균형 잡힌 호르몬, 근력이 만드는 합작품이다.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않은 채 치료제에만 의존하다 보면 숨은 질환이 악화해 발기부전이 심해지고 나아가 전신 건강까지 망가질 수 있다.

 발기부전은 치료의 첫걸음은 충분한 수면과 균형 잡힌 식단 등 생활습관 관리다. 복용 중인 약이 발기부전을 유발하지 않는지 점검하고, 남성호르몬 수치가 낮다면 호르몬 보충 요법을 통해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이후 치료는 약물·주사·수술 등이 단계별로 적용된다. 프라우드비뇨기과의원 황인성 원장은 “효과가 적다고 약물·주사를 과도하게 쓰면 혈관이 손상돼 발기부전이 더욱 심해진다”며 “용법·용량을 정확히 지키고 환자 상태에 맞는 치료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약물·주사로도 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부작용이 심한 경우 음경에 보형물을 삽입하는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음경 보형물은 손으로 직접 작동하는 ‘굴곡형’과 생리식염수를 실린더(팽창 주머니)에 넣고 빼며 발기를 조절하는 ‘팽창형’으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겉에선 잘 보이지 않고 조작이 간편한 팽창형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국소마취로 음낭 부위를 3~4㎝ 정도만 절개하면 돼 고령층이나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오래 앓은 환자도 치료할 수 있다. 구 원장은 “발기부전을 오래 방치하면 음경 조직이 딱딱해지고 위축돼 수술로도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며 “성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충분히 발기 유도·유지 되지 않는다면 지체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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