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143 - 가늠/가름/갈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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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정권에 부여된 역사적 사명은 우리나라의 운명을 희망찬 21세기로 인도하느냐, 아니면 1960년대 남미의 ABC 국가들처럼 추락하는 이무기가 될 것인가를 가늠할 것이다."('NO라고 말할 수 있는 한국'에서)

여기서의 '가늠'은 잘못 쓰였다. '가름'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또 이 문장은 주부(主部)와 술부(述部)가 잘 호응하지 않는다. 차기 정권에 부여된 '역사적 사명' 자체가 운명을 가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명을 차기 정권이 '어떻게 잘 감당하느냐, 못 하느냐 하는 것'이 운명을 가름할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적 사명은 …인도하느냐, 못 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 일의 성패가 …1960년대 …이무기가 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가름할 것이다"정도로 고치면 될 것 같다.

'가늠'은 간단히 말하면 '헤아려 보는 일, 짐작하는 일'을 가리킨다. "요즘은 도무지 시국의 향방을 가늠할 수가 없다" "막연한 가늠으로 사업을 하다가는 실패하기 쉽다"처럼 쓰인다.

'가름'은 '가르다'의 명사형으로 '따로따로 나누는 일[分離] 또는 구분(區分)하는 일'을 말한다. "아내와 남편의 도리가 저마다 가름이 있어야 한다" "이번 경기는 선수들의 투지가 승패를 가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등의 예에서 볼 수 있다.

'갈음'은 '갈다'의 명사형으로 '다른 것으로 바꾸어 대신함', 즉 '대체(代替)하는 일'을 가리킨다. "내일 발표할 공지사항은 이 인쇄물로 갈음한다" 처럼 쓰면 된다.

최성우 기자

◇ 고침=143회 기사 중 '가름'은 "'가르다'의 명사형으로"를 "'가르다'에서 파생된 말"로, '갈음'은 "'갈다'의 명사형으로"를 "'갈다'에서 온 말"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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