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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블랙박스에 뺑소니 딱 걸린 은행원···희생자 욕설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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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으로 야간 작업 중이던 환경미화원을 친 뒤 도주한 시중 은행 부지점장이 붙잡혔다. 사진은 피의 차량이 아파트로 들어가는 모습 [제공 서울 관악경찰서]

음주운전으로 야간 작업 중이던 환경미화원을 친 뒤 도주한 시중 은행 부지점장이 붙잡혔다. 사진은 피의 차량이 아파트로 들어가는 모습 [제공 서울 관악경찰서]

야간 근무하던 환경미화원을 음주운전으로 친 후 도주한 시중은행 부지점장이 자신의 자택에서 붙잡혔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지난 19일 직장 동료들과 회식 후 서울 관악구 낙성대로 근처에서 야간 근무를 하던 환경미화원 한모(54)씨를 치고 도주한 남성 박모(52)씨를 검거했다고 29일 밝혔다. 박씨는 시중은행의 부지점장이었다. 차 조수석 앞부분에 부딪힌 피해자는 사고 발생 이틀 뒤 숨졌다. 경찰은 박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사) 혐의로 구속하고 구속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박씨는 피해자를 차로 친 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은 채 자신이 사는 아파트로 도주했다. 쓰러져 있던 한씨를 발견한 오토바이 운전자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현장에 있던 박씨의 흰색 차량 조수석 사이드미러를 확보한 뒤 주변 CCTV 등을 통해 차량 번호 파악에 나섰다. 이후 박씨의 동선을 추적해 3시간 만에 긴급체포했다.

경찰 조사에서 박씨는 "차만 부딪힌 줄 알았다"며 혐의 사실을 부인했다고 한다. 경찰은 박씨 차량의 블랙박스를 통해 후방이나 측방이 아닌 전방으로 피해자를 충격한 사실을 파악하고 이후 박씨가 피해자를 원망하듯 욕설을 내뱉는 음성을 확인한 뒤 재차 박씨에게 진실을 물었다.

결국 박씨는 "음주운전을 했기 때문에 가중 처벌받을 것이 두려워 도망쳤다"고 자백했다. 하지만 음주측정 결과 박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13%로 처벌을 받지 않는 상태로 나왔다. 박씨는 사고 후 구호 조치 없이 도주했고, 주차장에서 충격으로 꺾인 조수석 보조 거울을 세우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이 확인돼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관악경찰서 관계자는 "뺑소니는 양심을 버리는 중대한 범죄로 반드시 잡힌다"며 "교통사고 발생 때에는 우선 구호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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