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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중국의 AI 속국 된다” - 두 번째 이야기

중앙일보

입력

치열하다. 점입가경이다. 무역전쟁을 치르는 미국과 중국은 양보 없는 싸움을 지속하고 있다. 이웃 소국들은 새우등 터질 지경이다. 두 나라 싸움이 글로벌 헤게모니를 건 경쟁이라면, 그건 신기술을 누가 먼저 장악하느냐에 승패가 달려있다. 증기기관, 전기, 인터넷... 패권은 신기술을 주도한 자의 몫이었다.

그렇다면 미래 기술 패권은 어디에서 나올 것인가?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산업적으로 부딪치는 영역을 보면 답이 나온다. 두 군데, 5G와 AI다. 미국은 중국의 5G 기술을 이끌고 있는 화웨이를 주저앉히기 위해 갖은 수단을 다 동원하고 있다. 화웨이로서는 죽을 맛이다. AI 분야는 좀 다르다. 견제를 해야 하지만, 마땅히 적절한 방법이 없다. '중국제조 2025'를 하지 말라고 압박을 가하지만, 그게 중국의 AI 기술 진보를 막을 수는 없다. 그 사이 중국 AI 기술은 빠르게 미국을 추격하고 있다.

중국 AI 기술이 빠르게 미국을 추격하고 있다 [출처 셔터스톡]

중국 AI 기술이 빠르게 미국을 추격하고 있다 [출처 셔터스톡]

아래 표를 보자. 미국의 '앨런AI연구소(Allen Institute for Artificial Intelligence)'가 만든 도표다(앨런AI연구소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창업자인 폴 앨런이 만든 비영리 AI 연구 센터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3월 19일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서 공개됐다.

앨런AI연구소는 중국의 AI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측정했다. 학계와 업계에서 발표된 논문을 기준으로 했다. 단순 논문 수를 따진 게 아니다. 연도별로 발표된 논문 중에서 인용이 가장 많이 된 논문 상위 50%를 먼저 추려내고, 그중에서 미국과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측정했다. 미국과 중국의 AI 역량이라고 봐도 되겠다.

미국인들에게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2018년 중국은 AI  연구 역량에서 미국을 추월했다.

앨런AI연구소는 또 인용 수가 많은 상위 10%의 논문 수의 경우 2020년 중국이 미국을 앞설 것이며, 1%의 경우 역전의 해를 2025년으로 잡았다. 2025년이면 중국이 AI 연구 능력에서 세계를 이끌어 간다는 얘기다. 사이트(https://www.technologyreview.com/s/613117/china-may-overtake-the-us-with-the-best-ai-research-in-just-two-years/)을 참조하시라.

왜 AI 인가?  

AI는 소위 말하는 '제4차 산업혁명'의 총아다. 증기기관이 산업의 흐름을 바꿨고, 인터넷이 글로벌 기술을 이끌었듯, 미래 산업의 흐름은 AI가 이끌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그 AI의 영역에서 기술 패권이 중국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앨런AI연구소는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은 어떤가?

도표 하나 더 보자. AI 관련 특허 신청 건수(2016~2018년)가 가장 많은 기업을 순서대로 나열했다(일본경제신문이 보도한 걸 중국 언론이 재 인용).

1,2,3위는 IBM,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미국 회사가 차지했다. 그다음은 중국 회사 바이두(百度)였고, 삼성전자가 5위를 차지했다. TOP5만 보면 미국이 단연 앞서고 있고, 한국도 만만치 않은 실력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체를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15개 기업을 나라별로 보면 중국이 6개로 가장 많고, 미국이 5개, 일본이 3개, 그리고 한국은 삼성전자 하나뿐이다. 텅쉰, 알리바바, 샤오미, 화웨이 등은 15위 밖에 머물다 뛰어오른 회사들이다. 중국의 AI 기술이 미국을 추격하고 있다는 앨런AI연구소의 주장은 이 도표에서 증명되고 있다.

그들은 미국이 넘볼 수 없는 경쟁력을 갖고 있다.

AI 기술의 바탕은 빅데이터다. 데이터를 누가 많이 갖고 있느냐에 따라 기술 수준이 결정된다. 중국은 이 분야에 '태생적' 경쟁력을 갖고 있다. 국가가 나서 데이터 수집을 장려하기 때문이다. 사회 통제의 한 수단으로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 이게 빅데이터로 쌓이면서 AI 기술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에서 안면인식 AI 기술이 발전하는 이유다.

개인 정보법을 신줏단지 모시며 사생활을 강조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도저히 당해낼 수 없는 일이다. 그 점에서는 우리도 다르지 않다.

중국 대학에도 AI 열풍이 불고 있다.

최형규 기자가 차이나랩 근무 시절 쓴 기사다. 좀 길어도 다시 함께 읽어보자.

중국 교육부는 최근 2000여 개가 넘는 대학으로부터 전공 과목 신설과 폐지 신청을 받았다. 시대에 뒤떨어진 전공은 없애고 미래 지향적인 전공을 만들라는 게 핵심이다. 결과를 보니 놀랍다. 전공 신설 신청이 모두 2542건에 달했다. 신청 건수가 가장 많은 전공 6개 중 5개는 이른바 4차 산업과 관련된 신산업 분야였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관련 전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220개 대학에서 ‘데이터 과학 및 빅데이터 기술학’ 전공 신설을 신청했다. 한국의 전체 대학 수에 해당하는 대학에 미래 산업혁명을 주도할 학과가 개설된다는 얘기다. 또 100여 개가 넘는 대학이 ‘로봇 엔지니어’, ‘스마트 엔지니어’, ‘스마트 과학 및 기술’, ‘인공지능’ 등 전공 신설을 신청했다. 베이징 이공대학(北京理工大学)은 ‘인공지능’, ‘인공지능과 로봇’, ‘스마트 엔지니어’ 등 전공의 신설을 신청했다. 베이징 교통대학(北京交通大學)은 ‘인공지능’을, 베이징 건축대학(北京建築大學)과 중국광업대학(中國礦業大學)은 ‘로봇 엔지니어’ 전공 신설을 각각 신청했다. 중국의 대학이 미래 기술 선점의 진원지가 될 것이라는 신호다.

교육부의 '전공 혁명' 전에 이미 70여 개 대학은 인공지능 관련 학과를 개설했다. 시안(西安) 전자과기대학, 난징(南京) 대학, 충칭(重慶) 우편 대학 등이 대표적이다. 난징 대학의 경우 지난 5월 아예 AI 전문 단과 대학까지 설립했다. 올해 80명의 신입생을 모집할 계획이다. 시안 전자과기대학도 AI 대학 산하에 AI 과학과 기술 전공을 신설했다. 역시 올해 첫 신입생을 받을 예정이다.

우리의 '스카이 캐슬' 주인공들이 서울대 의대 입학을 위해 목숨을 걸고 있을 때, 중국 학생들은 'AI 미래'를 펼치기 위해 달려들고 있다. 최형규는 그래서 기사 제목을 '한국, 이대로 가면 곧 중국의 AI 속국 된다'라고 했다.

한 신문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우리나라의 제4차 산업혁명 역량을 평가했다. 결과는 C학점이었다. 규제, 정책 혼선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래도 되는 것인가?

앨런AI연구소의 보고서를 보도한 MIT테크놀로지 리뷰는 기사를 이렇게 끝맺는다.

만약 우리가 중국에 밀려 2위로 쳐진다면, 제2의 구글은 미국에서 나오겠는가 아니면 중국에서 나오겠는가? 물론 두 나라의 AI 기술 경쟁이 제로섬 게임은 아니다. 그러나 소풍이 아닌 것 또한 확실하다. If we move to second place, will the next Google be founded here or in China? It’s not a zero-sum game, but it isn’t a picnic either.

혹 우리는 지금 소풍 길 먼 산 바라보듯 중국 AI를 보고 있는 건 아닌가?

차이나랩 한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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