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차 "文 대통령 목표는 통일 아닌 1국 2체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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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차 CSIS 선임고문 겸 한국석좌가 지난해 10월 2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빅터 차 CSIS 선임고문 겸 한국석좌가 지난해 10월 2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가 문재인 대통령의 목표는 한반도 통일이 아닌 1국 2체제, 즉 '연방제'라고 주장했다.

27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담당 국장을 지낸 차 석좌는 문 대통령이 한국과 북한을 경제적으로는 합병하고 정치적으로는 '상당 기간 동안(for the foreseeable future)' 분리된 체제로 유지하려 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차 석좌는 "문 대통령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내고자 경제적 인센티브를 이용하려 하지만 이는 미국의 대북제재 이행 전략을 약화시킨다"면서 미국에 대해서는 "북한과의 협상의 핵심 지렛대는 경제 제재기 때문에 대북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차 석좌에 따르면 지난달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가장 원했던 것은 '제재 완화'였다.

차 석좌는 "북한이 핵 포기 없이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과거의 협상 전략을 쓰고 있다"며 "따라서 추가 대북 제재를 통해 북한의 협상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이 하노이 회담에서 요구한 것이 한반도의 평화나 미국과 관계 정상회가 아닌 오로지 제재 완화뿐이라, 제재 완화가 지렛대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는 "이에 따라 대북 제재 강화 법안인 '리드 액트' 등이 협상을 진전시키는 데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이 때문에 북한에 대해 제재가 아닌 전략적 인내로 돌아가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핵무기 비축량을 늘려왔고, 북미 협상 중에도 숨겨진 미사일 기지들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CSIS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북한은 단거리와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보관하는 최소 20개의 미신고 미사일 기지가 있다. 하지만 북한은 북미 협상에서 이를 신고하지 않았다.

차 석좌는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미국의 대북 전략이 '인내'로 선회한다면 북한의 핵확산 위협을 막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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