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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주 징계논의는 바른미래당 분당의 시발점인가

중앙일보

입력

손학규 대표를 향해 “찌질하다”‧“벽창호”라는 비난을 쏟아낸 이언주 의원이 바른미래당 윤리위원회에 제소됐다. 바른미래당과 이 의원이 사실상 결별 수순에 돌입한 거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유튜브에 출연해 발언하는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유튜브 캡처]

유튜브에 출연해 발언하는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유튜브 캡처]

27일 바른미래당 원외 지역위원장 7명은 전날 해당 행위를 사유로 이 의원을 당 윤리위에 제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의원을 “대한민국 정치를 흙탕물로 만드는 미꾸라지와 같은 존재”라며 “바른미래당 가치와 부합할 수 없는 행위에 책임을 지고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지난 20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창원 성산에 상주하며 보궐선거를 돕고 있는 손 대표에 대해 “정말 찌질하다. 완전 벽창호”라고 표현했다. 26일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논평에서 “사람아/입이 꽃처럼 고아라…”라는 시를 인용하며 이 의원을 “오물투척꾼”이라고 칭했다. 대변인이 공식 논평으로 당 소속 의원을 공개 비판한 건 이례적이란 평가다. 바른미래당은 29일 당사에서 윤리위원회를 열어 이 의원의 징계 여부를 논의할 방침이다.

표면적으론 이 의원의 거친 발언으로 벌어진 충돌이지만 ‘예견된 수순’이라는 평가다. 최근 이 의원은 자유한국당과 접점을 넓혀가며 보수적 목소리를 강하게 내왔다. 문제의 발언이 나온 유튜브 대담에서도 “한국당 이동설”에 대해 “선거법을 일단락시킨 뒤 고민하겠다”고 했고, “부산 영도 지역구 출마설”에 대해선 “그런 얘기가 돌더라”며 부인하지 않았다. 당 지도부를 향해 공개 비판에 나선 건 "탈당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진단이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27일 오전 4·3 창원성산 보궐선거가 진행중인 경남 창원시 상남동 정당선거사무소에서 현장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있다. 오른쪽은 이재환 바른미래당 창원성산 보궐선거 후보. [연합뉴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27일 오전 4·3 창원성산 보궐선거가 진행중인 경남 창원시 상남동 정당선거사무소에서 현장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있다. 오른쪽은 이재환 바른미래당 창원성산 보궐선거 후보. [연합뉴스]

이 의원 윤리위 제소에는 손 대표의 불편한 심기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 대변인 공식 논평-윤리위 제소 등으로 "당 분란이 다시 불거지는 것 아니냐"는 주변의 우려에 대해 손 대표는 "국민 대다수가 우리 당내 분란을 알지 않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관건은 이언주 징계가 당 분열의 시발점이 되느냐다. 지난 20일 선거법 패스트트랙 논의를 위해 열린 의원총회에서 유승민‧이언주 등 8명 의원은 반대 의견을 강하게 밝혔다. 대부분 과거 바른정당계 의원이다. 바른미래당 당헌에 따르면 주요 정책에 대해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당론으로 결정된다. 바른미래당 현역의원은 29명이지만, 민주평화당 활동으로 당원권 정지 상태인 비례대표 3인(박주현·이상돈·장정숙)을 제외하면 당 소속 의원 26명이다. 이 중 8명 이상이 반대표를 던지면 당론 채택은 불발된다.

반면 이 의원이 당원권 정지 이상의 징계를 받게 되면, 반대표가 한명 줄게 돼 산술적으론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와 관련 이준석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 의원에 대한 당원권 정지 징계 논의가 선거법 패스트트랙 당론 표결할 때 반대 목소리를 막기 위한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그런 의도가 보인다면 막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눈 앞을 가리고 있는 욕심을 버리고 문재인 정부 폭주를 막으라는 국민의 명령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작은 기득권에 연연해 야당의 정체성을 버리고 정권의 이중대가 되는 패스트트랙 야합에 동참하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윤리위 제소에 대해선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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