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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청문위원 박영선, 장관 후보자 박영선은 동명이인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어제 국회 인사 청문회는 박 후보자의 부실한 자료제출 문제가 쟁점이었다. 야당 시절 그는 ‘청문회의 저승 사자’로 불렸다. 공직 후보자들의 사생활까지 낱낱이 들춰내는 ‘송곳 검증’으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정작 자신이 검증대에 서게 되자 “너무나 지나친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무더기(2252건 중 145건)로 자료 제출을 거부해 논란을 자초했다.

박 후보자에게는 장남의 이중국적 문제와 고액 외국인 학교 입학, 재산 축소신고,논문 표절, 세금 지각 납부 의혹 등이 제기돼 왔다.또 후원금으로 국회 인턴에게 급여를 주고 자동차 법규 위반 과태료를 낸 정황도 포착됐다.

하지만 박 후보자는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관련 자료를 끝내 제출하지 않았다. 야당 의원들에 따르면 그가 제출하지 않은 자료들은 아파트 임대차 계약 서류(2018년 이전분), 자동차 사용 대금 지불 내용, 미국 유학중인 자녀의 학적변동 사항과 해외 유학 및 연수, 장학금 수혜 내용 같은 것들이다. 딱히 사생활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려운 것들이 대부분이다. 자신이 청문위원이었다면 과연 ‘사생활’이라며 수긍하고 넘어갔을지 궁금하다.

박 후보자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제가 15년 국회의원 하면서 40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청문위원을 했다. 이것이 책자로 인쇄돼 지라시 시장으로 매번 팔려간다.사생활에 가까운 개인정보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지만 원하면 보여드리긴 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당한 자료 제출 요구를 거절한 것도 문제려니와 ‘원하면 보여드리긴 하겠다’는 답변은 국회를 경시하는 오만불손한 태도다. 박 후보자는 남편과 자녀의 금융자료를 내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제 아이와 남편이 한국에 없어 본인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어이없는 답을 내놓아 야당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날 청문회장에선 야당 의원이 과거 청문위원 시절 박 후보자의 모습이 담긴 자료를 편집한 동영상을 상영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이 있다.(의혹에 대해서) 자료를 내시면 된다.”(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 “이번처럼 자료를 안 내고 버텨갖고 적당히 넘어가겠다는 건 잘못된 생각이다. 인사청문회는 국정감사나 국정조사에 준하는 것이다. 자료를 요청하면 내게 돼있다.”(이귀남 법무장관 후보자 청문회) “청문회를 통해 자료를 명쾌하게 내 국민적 동의와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느냐.”(김준규 검찰총장 청문회).

자료 제출를 하지 않은 후보자들을 질타하던 화면 속 ‘청문위원 박영선’과 ‘장관 후보자 박영선’은 너무나 다른 사람이었다.